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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교향악을 함께 연주하자

2007.11.17 04:11

윤사무엘 조회 수:810 추천:49

“사랑의 교향악을 함께 연주하자”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여름은 너무 덥고, 가을은 쓸쓸한 외로움이 있고, 겨울은 춥지만, 봄은 싱그러운 새 출발이 있고, 약속을 하는 계절이고, 가을의 수확을 위해 씨를 뿌리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두 번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두 번 다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공통 질문은 어느 계절을 좋아하느냐?였고 대답은 ‘봄’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당연히 ‘봄의 신록’이었다.

올해 봄은 슬그머니 왔다가 말도 없이 갔다. 추위와 더위 사이에 끼어 쭈빗거리며 지나버렸다. 1월 초에 나무들이 물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가 했더니 여봐란 듯한 동장군의 등등한 기세가 이어졌다. 평년보다 추운 겨울을 지난 터이라 봄이 더욱 기다려진 것은 사실이었다. 윤달이 있어서 그랬단다. 기후가 음력이 더 정확하단다. 그래서 인지 올해 부활절에는 개나리도 목련꽃도 피지 않았다. 워싱턴의 벚꽃놀이도 올해는 별로였다고 한다.

그래도 봄은 우리 곁에 있었다. 개나리, 목련화, 진달래, 바이올렛(제비꽃), 팬지, 덕우드, 벚꽃,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나 동네 전체가 꽃동네로 변했다. 지난 며칠간 매우 좋은 봄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제임스벅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여기 저기 차려진 야드 세일에 가서 컵과 책자 몇 권을 구입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에서 이상화(1900-1941) 시인은 일제가 강점한 조국의 해방을 희구했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하여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마무리되는 시, 봄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하는 글귀다.

봄이 되면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중 하나가 “봄의 교향악”이다. 노산 이은상(1903-1982)선생의 작사에, 박태준(1900-1986) 선생이 작곡한 것으로 봄의 향취를 마음껏 표현하고 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전반부는 가사 하나 하나에 한음을 부르는 단음식이다. 후반부의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내가 네게서 떠나갈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부분은 가사 하나에 둘 혹은 세개의 음을 이어 부르는 연음식 구성이다. 숨겨진 이야기(behind story)에 의하면 이은상 선생의 여동생이 미인이었는데 박태준 선생이 결혼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자, 이 시를 적어 주면서 곡을 붙여오라 했단다. 훗날 박태준 선생의 아내가 된 이은상 선생의 여동생이 말하기를 ‘봄의 교향악 때문에 반해심더’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교향악(symphony)은 여러 악기들의 음들이 조화(harmony)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드라베이쓰 등 10개의 현과, 3개의 금관, 5개의 목관, 다양한 타악기 등이 지휘에 맞추어 멎진 선율을 만들어 낸다. 어느 악기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연주 전 모든 악기가 A음을 기준으로 스스로 조율한다.
인생도 각기 다른 성격, 습관, 문화, 생각, 등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A는 무엇일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존경하는 마음, 이해하는 마음, 도와주려는 마음, 참는 마음, 믿어주는 마음,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이 봄, 우리 모두 사랑의 교향곡을 함께 연주해보자.

                                         윤사무엘 목사(미국 뉴저지 감람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