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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노숙자들

2010.07.13 06:06

오해춘 조회 수:830 추천:48





                                                                                                7월 4일 독립기념의날  

 

워싱턴의 노숙자들

 

지난 주 섭씨 38도(화씨104도)가 넘는 폭염

메릴랜드 주에선 냉방시절이 되지 않은 집에 머물다가 6명이나 되는 노인들이

세상을 달리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미 동부전체가 불타는 용광로와 같은 한 주였다.

 

찜통더위를 불사하고  워싱턴 디시 노숙자 쉘터를 찾아 갔다.

냉방시설을 갖춘 쉘터를 상시 개방해 저들의 보금자리를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어 폭염을 잘 극복하고 있었다. 선진 복지사회인 만큼 예상대로 인간으로서 누릴 권한을 정부에서 잘 보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홈리스라지만 개인 프라이 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규칙과 규정이 있는지라, 누구이든 홈리스 개인에게 절대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계율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둘이 셋이 모여 떠드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말없이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이다.  

 

한국의 노숙자들처럼 술병을 들고 다니며, 소리치며, 싸움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궁상맞게 알콜이나, 마약에 찌들어 비틀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즉시 권총을 찬 폴리스에게 불려감) 혹여 말못할 사정이 있다면, 양보심을 발휘하여 그가 하고 싶은 표현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 노래를 부르면 노래가 다 끝나기까지 들어준다. 울면 울음이 그칠 때까지 함께 해준다. 홈리스지만, 그들의 존재방식을 서로 인정하며 돕는 생활이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길들여지고 잘 다듬어졌는지 아이러니하다.

 

 홈리스를 돕는 선교단체를 이끄는 한인 목사님은 실제 노숙자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한달 넘게 미 동부 대도시를 전전했다는 그분은 노숙자들이 모인 그곳에도 인격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배여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노숙자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 말리지 않고 욕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정지 신호등이 있는 곳이면, 청소년인 듯한 흑인 아이, 멀쩡해 보이는 백인 부인, 인종을 초월해서 구걸을 위한 박스조각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귀와, 프라스틱 음료수 통을 흔들어 도움을 요청한다. 도로 중앙엔 노란 선대신 잔디밭이 있기 때문에 교통흐름을 전혀 방해하지 않고 도움을 구한다. 이들이 어떻게 하루 하루를 지탱해 가는지, 왜 이런 생활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구걸하는 생활을 즐긴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방인은 생각하게 된다.

 

 경기가 어려워서 최근들어 홈리스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관계자의 말이다. 그들에게 생수병을 들려주고,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갈아 입을 속옷과 양말을 한 보따리 안겨주고 왔지만, 그 중엔 알아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재즈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전직 운동선수, 전직 기업인, 평범한 주부, 농장 경영을 했던 이들이었다는 데 놀라웠다.

 

모두가 남모르는 사연이 있겠지만, 게중엔 커다란 저택관리가 귀찮아서 홈리스를 자청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세상 모든 것을 이룬 그들에게 말년에 해보지 못한 모험을 시도해 보는 것은 아닐런지, 인생의 재미를 찾는 법도 가지가지구나 하며 생뚱맞은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