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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군 마크 김

2009.11.08 23:04

오해춘 조회 수:859 추천:58

기적을 일군 마크 김

 

  가을은 프로야구를 결산하는 월드시리즈의 계절이면서 선거의 계절이다. 지난해에 이어 박찬호가 소속해 있는 팰리스의 2회 연속 우승이냐 아니면 전통의 강호 양키즈가 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느냐 비가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잔치분위기는 계속됐다.

 

   한인들에겐 아메리칸 드림의 원조 박찬호가 있어 무심히 보낼 수 없는 가을이 되어버렸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할로윈 데이까지 겹쳐 온 동네가 파티분위기에 흠뻑 빠져 집집마다 생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하루 생계에 연연하는 이민자들에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월드시리즈가 아무리 큰 축제일지라도 단지 야구일 뿐이다.

 

   113일 실시되는 버지니아 주 한인으로서 출마한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다. 이민자들에게 구체적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행사가 바로 중간 선거이기 때문이다.

 

  미전역에는 이미 우리 한인들이 선출직 정치인으로 뽑혀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전통을 고수하는 버지니아 주에서 한인 하원의원이 선출 될 것인가 이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의 수도가 있었으며, 그래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지역으로 연방에 편입되는 것을 절대 반대한 주이기때문에 보수성향이 강하게 베어 있는 버지니아주는 공화당의 아성이었다.

 

  그런데 이민자들이 정치에 입문하기 가장 힘든 버지니아에서 역사상 처음 한인이 당선되었다. 한인 뿐이 아니고 아시아계로 사상 처음이다. 한국계 1.5세인 마크 김(43)은 어릴 적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14세에 이주해 서부에서 자라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다 92LA 폭동을 경험한 후 95년 워싱턴으로 이주해와 행정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잘못된 통신법 개정에 관여하기도 한 그는  2001년 민주당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의 법률 보좌관으로 발탁이 되면서 정계에 입문하게 되어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2004년 부터 오바마 대통령과도 인연이 시작되어 줄곧 오바마와 관계를 가져왔다.

 

  그는 선거기간 내 모든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보기드문 성실성으로 지역주민의 인정을 받았다. 개표 초반부터 박빙의 차이로 개표내내 가슴을 졸이며 결과를 지켜보아야 했다. 불과 300여 표차로 당선된 그는 또 한번 인종의 벽을 뛰어 넘은 오바마 대통령을 연상한 기적을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불과 몇 십 년 전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서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연설했을 때 그것은 그저 한 사람의 외침에 불과했었다. 그는 장차 이 땅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지고 자유와 평화가 깃들고 언젠가는 내 자식들이 피부색깔이 아닌, 사람됨에 따라 판단 받고 백인 아이들과 흑인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뛰어 놀고, 한 식탁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꿈을 갖고 있다고 외쳤다.

 

  그 연설은 우스겟소리 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꿈이 현실로 이루진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탄생하고, 버지니아주에서 공화당 백인 후보를 물리치고 사상 최초 젊은 한인이 당당히 당선되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한인들의 주류 사회, 특히 정계 진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커뮤니티 안에서 경제적 성공을 거둬도 주류 사회와 끈이 닿아 있지 않으면 문제가 터졌을 때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그는 4.29 폭동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마크 김 당선자가 정계에 뛰어든 것도 폭동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억울한 피해를 당한 한인 상인들이 별다른 보상도 받지 못하고 방치된 데 분노했기 때문이다.

 

  한인들이 정계에 직접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이 한인 사회를 찾아와 우리 목소리를 듣게 만들어야 한다. 어째서 모든 정치인들이 유대인 커뮤니티와 단체 앞에서 그토록 구애 공세를 펴는지 다시 한번 살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벽을 깨고 미 정계 진출에 성공한 또 다른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지역 주민들을 편안히 해주는 정치를 펼쳐 더 높은 공직에 올라서게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