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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아이들

2009.12.03 21:46

그루터기 조회 수:776 추천:43

선유도아이들

           -혜미 할머니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게 남았으니

그동안 정먹은 이웃들과 박주소찬 나누고 싶어

햇빛 따사로운 날 골라잡아 잔치 벌였네

혜미 할머니

 

땅위를 기는 덩쿨처럼

반으로 접혀진 허리 간간히 펴 손님 맞으며

눈 가장자리 젖어오네

 

같이 늙어가는 회갑 맞은 큰 아들 댓님 고쳐 매주다가

문득, 사십대에서 웃고 있는

먼저 간 둘째 아들 눈길로 쓰다듬어 보네

 

흩어져 살던

아들 딸 며느리 손주들 다 모였는데

 

홀로 된 며느리의 고단함

술로 늙어가는 홀아비 셋째

품 떠난 혜미년

생각에

마음이 젖어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