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아이들
2009.12.23 00:27
선유도아이들
-나의 예수는
한낮의 땡볕 아래
예수는
나를 만나러 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그 시간
우물가에
예수만 남겨둔 채
제자들은 어디를 간 걸까
노란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다 저녁 때
예수는
밀밭 사이를 걸어간다.
밀 이삭을 훑으며
그 뒤를 제자들이 따르고
바람이 출렁 키를 넘는다.
흔들리는 배의 고물
베개도 없이
등을 구부리고 누운
예수는
잠이 고단하다.
올리브 숲으로 가는 길에
접동새가 구슬픈 밤
숲엔
바람 한 점 없고
땅바닥에 엎드린
예수는
피땀을 흘리는데
저만치서
내가 이직도 자고 있다.
이 겨울
예수는
상처 난 맨발로
바다 위를 걸어
왜 내게 오시는가?
댓글 3
-
그루터기
2009.12.23 00:30
-
박병권
2009.12.24 17:49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해달라는 겨울바다에선 심혼의 기도를 생각합니다.
더불어 김남조 시인의 다른 싯구도 생각납니다.
"혼자는 아니다 /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보는 날도/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은총의 돌계단의 어디쯤이다/사랑도 매양/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눈 속에 같힌 , 눈으로 성탄을 맞는 선유도에 평화가 임하기를 !!!
오직 평화를 이루시고 사랑을 실현시키고자 겸손히 오신,
아기 예수가 가슴에 포근히 자리잡는 한 철 되시기를... -
김성찬
2010.01.05 20:45
폭설, 폭설 했더니 정말 폭설이 내렸네요.
눈 속에 갇혔다는 말이 아득하니 감이 와 닿지 않았는데.
눈 속에 갇혀 보니----
산골짝의 다람쥐는 뭘 먹고 살까?
하루살이 인생들은 눈 속에서 뭘 건져 먹을꼬?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마른 전투만 하고 살다가,
폭설에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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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는
눈 속에 갇혔습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여러분 모두 主.內.平.安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