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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아이들

2009.12.23 00:27

그루터기 조회 수:688 추천:32

선유도아이들

           -나의 예수는

 

한낮의 땡볕 아래

예수는

나를 만나러 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그 시간

우물가에

예수만 남겨둔 채

제자들은 어디를 간 걸까

 

노란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다 저녁 때

예수는

밀밭 사이를 걸어간다.

밀 이삭을 훑으며

그 뒤를 제자들이 따르고

바람이 출렁 키를 넘는다.

 

흔들리는 배의 고물

베개도 없이

등을 구부리고 누운

예수는

잠이 고단하다.

 

올리브 숲으로 가는 길에

접동새가 구슬픈 밤

숲엔

바람 한 점 없고

땅바닥에 엎드린

예수는

피땀을 흘리는데

저만치서

내가 이직도 자고 있다.

 

이 겨울

예수는

상처 난 맨발로

바다 위를 걸어

왜 내게 오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