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아이들
2009.06.29 10:27
선유도아이들
-낙월교회 김승제 집사님을 생각하며
생각있는 젊은이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전도 양양한 뭍으로
도시로
소라껍질처럼 텅빈 고향에
여름이면
폼재며 손님으로 다녀가고
고향을 지키는
늙은 총각 두엇
여름마다 깡소주 늘어만 갑니다.
바다를 보며 자라난
빛나는 이마의 소년은
이제
또 그만한 소년의 아비가 되어
어정쩡한 나이의 아내와
밤새 머리 맞대고
내일을 생각합니다.
힘찬 썰물과 들물에 휩쓸리지 않고
듬직하게 바다를 막아서던
새우잡이 멍텅구리 배
바다가 빠져나간 갯뻘에
폐선으로 누운 것을 보고
공연히 다리 뻗고 울고 싶어집니다.
오늘은
진달이 섬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바다를 묵묵히 바라보던
구릿빛 얼굴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붉은 빛 도는 황토밭
쑥부쟁이 우거진 언덕
봄이면 하얗게 흩어져 날리는
찔레꽃 무리진 돌담 아래로
찰랑찰랑 바다가 들어와 눕고
깨벗은 개구쟁이의
갈색 엉덩이들 재잘대는
그리고
가득찬 달이 바다로 떨어지는
고향 하나
가지고 싶습니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갯비린내 묻은 뱃고동 소리 들려오고
접시꽃 닮은 들꽃이
때늦은 해우발을 보고
웃고 있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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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발- 해태(김) 양식 그물
안마군도에 속한 落月島를 갔던 날이
유월이었습니다.
햇빛은 뜨겁게 쏟아지고
섬 하나에 한 가구가 살던 '갈도'의 노 부부가 오래도록
명치 끝에 남아
유월이면 바다가 맑아지는 유월이 오면
바람이라도 세찬 밤이면
아직도 명치 끝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