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노숙자의 마지막
2009.07.09 02:08
돌보는 가족 없이 오늘 내일 하는 말기 암환자이다.
갑자기 배가 아파 입원 했는데 병원측에서 시한부 삶이라고 한다. 댄서장을 운영하는 술친구 외엔 누구하나 연락도 안되고, 그렇다고 찾아 오는 이 없던 그에게 옷깃이나 스친 연으로 장례치를 걱정이나 덜어 주려고 위로차 나를 불러 함께 찾아 갔다.
병실 문에 들어서자, 아이고 왔어.
동행한 이가 묻기를, 뭐가 제일 먹고 싶어?
00가 먹고 싶어.
알았어. 걱정말어. 빨리 낫기나 해.
그리고 염려하지마 내가 알아서 다 해줄께.
고마워.
재산이라고는 벤차량 한 대 뿐이거든.
그것도 그녀(술집녀)가 탐낼 거여.
그의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배는 남산 만하게 복수가 가득차 있는 상태로 링겔 주사바늘을 온 몸에 꼽고 하루 하루를 그냥 그렇게 연명하고 있던 그였다. 한 가닥 생명줄을 붙잡고 벼랑에 달려있는 그였다. 그러나 정신은 정상인과 똑 같았다.
여기 좋은 목사님 오셨으니 기도한 번 받아 봐. 나는 폭풍앞에 놓여 있는 촛불처럼 하늘하늘 거리는 그를 위해 정성껏 기도했다.
그나마 간간히 다니던 교회로부터 외면을 당한 그는 행위의 댓가로 알고 누가 오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은 눈치였다. 그런 그에게 목사 양심상 주중에 전화통화도 하며 또 기도하고, 시간내어 두어번 찾아가 기도해 주었더니 그는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토로한다.
그는 갓 이민와서 열심히 교회에 잘 다니며 가족과 함께 단란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집수리를 주로 하는 직업이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고, 일주일 만에, 혹은 한달만에 가족을 만나다보니 자연히 가족을 챙기는 일이 등한시 되어 딴 살림을 차리게 되었더라는 것이다. 결국 아내는 대학생이 된 자녀를 데리고 서부로 갔다고 한다. 그 후 가족들과 연락을 두절하고 줄곧 승합차 뒷켠에서 홀로 지낸지가 8년째라고 한다.
그 후 그렇게 두어달 지내다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먹고싶은 음식을 먹기위해 악착같이 살아보려던 그는 그냥 그렇게 숨줄을 놓고 말았다. 인생에는 별의 별일 다 있겠지만, 참으로 딱한 인생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팝가수처럼 온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살다 가는 이도 있지만, 동포 노숙자는 누구 하나 지켜주는 이 없이 그는 그렇게 조용하게 세상과 사별하게 되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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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
2009.07.11 17:22
이국 땅 외론 자들의 벗된 오목사님의 목회사역. 그래 우린 바로 그 일을 위해 부름 받았습니다. 힘써 그 귀한 사역 잘 감당하시기 바랍니다. 하늘의 상급이 클 것입니다. 오랜만의 통화 즐거웠습니다. 서로의 관심을 나누는 형제됨에 기쁩니다. 뉴욕가시거든 한빛교회 윤목사님께 연락하셔서 한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가슴 따뜻한 분입니다. 가까이 하셔서 서로 위로와 격려가 되길 빕니다. 샬롬 -
오해춘
2009.07.12 09:41
하이데거는 말하길,
인간은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 언어속에 산다 했던가요.
사람이 모여 있다고 해서 인간다운 사회가 아닙니다.
서로 가슴의 감정이 오고 가야 하는데...안타까운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모처럼
마음 터놓고 얘기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조카네가 카이스트에서 학위를 받고
MIT대학원 연구원으로 왔다고 해서
교육의 산실 보스턴을 거쳐
겸사 뉴욕을 잠깐 둘러 보고
오겠습니다.
그럼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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