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아이들
2009.08.31 18:02
선유도아이들
-연수니(2)
일흔 아홉 연수니 신랑
다시
아기가 되어
오줌, 똥 못가리더니
하늘 말갛게 갠
칠석 다음날
구역 식구들과 마지막 구역 예배
앉아서 드리고
오후에
목사님 심방 받고
저녁으로
흰죽 한 숟가락 먹고
산 그늘 서늘한
초저녁에
연수니 보는 앞에서
고요히 눈감았습니다.
아기같이 고요히.
바람 끝에
비 한자락 묻어와
흩뿌리는 그 밤에
캄캄한 바다로
작은 배에 실려
육지로 나갔습니다.
불꺼진
연수니의 집 앞 지나오며
눈물도 말라버린
연수니 입성이
반팔이었던 것이
그제야 생각이 납니다.
댓글 4
-
그루터기
2009.08.31 18:14
-
김성찬
2009.09.01 08:32
저도 불같은 팔월을 보냈습니다.
단 하루도 빠끔한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잊혀졌던 친구와 죽음의 해후로 그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용서하며 살 것을, 충성하며 살것을------.
반짝 후회가 스쳤습니다.
그러나 회개없는 내 까만 속살은 여전히 탱탱합니다.
작은 배에 실려
육지로 나갔습니다
라는 구절이 눈에 듭니다.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그래, 제 한 몸 묻힐 땅도 없는 섬.
섬사람의 비애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하긴 대륙도, 인생도 '섬'에 불과한 것을-----.
그래도 호상이라니. 2009-09-01
08:30:59
-
박병권
2009.09.03 17:45
9월의 초입, 카드 사용으로 인한 납부일자를 확인하면서
도시 산다는 일이 어찌도 분주한 일인가를 생각해봅니다.
가신분, 남은 분도 인생이 한탕 꿈같았던 일들이었다 여기지 않을까요?
정말 묻힐 땅이 없어 육지로 갑니까요?
창밖 중랑천변으로 보면서, 저녁식사후에 저길이나 걸어볼까 싶네요.
슬픔도 힘이되는 정있는 글- 연순 할머님의 장례건-이 눈을 감게합니다
-
그루터기
2009.09.05 15:04
네, 삼척 한 몸 누일 곳이 없기도 하고
땅(묏자리)을 팔 노동력도 없고...
꽃상여 태워 줄 이웃도 없고
우리가 해 줄수 있었던 건
아기같이 잠자는 얼굴 한 번 쓰다듬어 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히고
흰 천으로 덮어 주는 것으로 이 땅에서의 인사를 했습니다.
아, 그리고
때마침 바람 끝에 묻어오는 비를 막아주기 위해
갑바(커다란 비닐 천)를 덮어 주는 것으로...
자식들이 모두 육지에서 터전을 잡고 있어서
굳이 섬으로 들어올 일도 없답니다.
저녁 산보는 지극히 철학적이었겠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90 | 선유도아이들 [5] | 그루터기 | 2009.09.21 | 727 |
289 | 이번 주일은 창조절(나팔절) [148] | 윤사무엘 | 2009.09.20 | 24357 |
288 | 아버지 " 사랑한다"한마디면 다됩니다. [1] | 샬롬 | 2009.09.09 | 860 |
287 | 농촌전도(1)(2) [1] | 박원석 | 2009.09.04 | 680 |
» | 선유도아이들 [4] | 그루터기 | 2009.08.31 | 685 |
285 | 장애인복지사회 [2] | 오해춘 | 2009.08.16 | 704 |
284 | 2009년도 학생회 수련회! [6] | 샬롬 | 2009.08.15 | 1255 |
283 | 학생 수양회 [1] | 박원석 | 2009.08.14 | 810 |
282 | 베데스다돌봄센타지원을 위한 번개팅! [4] | 양동춘 | 2009.08.06 | 867 |
281 | 혼잡된 신앙 [4] | 박원석 | 2009.07.25 | 790 |
280 | 개망초꽃 [3] | 김정호 | 2009.07.20 | 953 |
279 | 안성댁 아이 이야기 [4] | 오해춘 | 2009.07.16 | 914 |
278 | 선유도아이들 [2] | 그루터기 | 2009.07.13 | 683 |
277 | 동포 노숙자의 마지막 [2] | 오해춘 | 2009.07.09 | 693 |
276 | 미국 독립기념일에(2009년 7월 4일) [3] | 윤사무엘 | 2009.07.05 | 1024 |
275 | 견고한 진 [1] | 박원석 | 2009.07.03 | 750 |
274 | 선유도아이들 [2] | 그루터기 | 2009.06.29 | 721 |
273 | 오바마가 아버지들에 주는 충고(퍼온글) [6] | 오해춘 | 2009.06.22 | 922 |
272 | 아버지 날 Father's Day [1] | 윤사무엘 | 2009.06.21 | 837 |
271 | 나는 설거지를 좋아한다. [2] | 샬롬 | 2009.06.20 | 931 |
들고나는 사람들과
뒷산의 산비둘기 소리와
앞다투어 피어나던 채송화
그리고
여름동안 읽으려고 산 책 4권
펼쳐 보지도 못하고
처서가 지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삼복도 지나고
부지깽이도 아쉬운 바쁜철도 살짝 비켜서
연순 할머니의 남편이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짧은 삼일에
주일도 비키고...
모두들 호상이라 했습니다.
도루 어린아이가 되어 하늘로 갔으니
그 말이 맞는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