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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아이들

2009.05.07 00:38

그루터기 조회 수:1044 추천:46

선유도아이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

 

선유도의 산과 바다, 꽃들

통계 잔등을, 학교 뒷산의 대나무 숲을 건드리며 넘어오는 마파람을

이른 봄에 납작하게 땅에 붙어서 피는 푸른색 들꽃들을

언 땅을 밟을 때 발밑에 와 닿는 딱딱한 느낌을

햇빛 고른 날, 양지쪽에 움터오는 수선화 새싹을

쑥잎의 여리디 여린 솜털을

막 실금이 그어진 동백꽃 봉우리를

보라색으로 통통하게 물이 오른 울타리 장미의 가지들을

점점 길어지는 봄날 오후의 따사로운 공기를

사월이면 우리집 뜨락을 별밭으로 만들어주는 노란 수선화를

달빛이 고요한 밤에 코끝에 스치는 하얀 수선화 향기를

툭, 소리도 없이 떨어져 눕던 동백꽃 기척을

송홧가루 날리는 노란 윤사월을

꽃보다 열매가 아름다운 해당화를

해당화 촌스런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때맞춰 진달래 꽃불로 타오르는 봄 산을

비가 내리면, 봄답게 솔솔 비가 내리면

가슴부터 연둣빛 물이 드는 봄 산을

어둠이 내리는 뒷산 그늘의 서늘함을

그때쯤, 접동 접동 애오라비 접동, 접동새 소리가 구슬픈 봄밤을

난분분하게 흩날리는 앵두꽃 우물가를

온동네를 바람나게 하는 앵두나무 우물가를

그 우물가를 지키고 선 후박나무의 반짝임을

잘생긴 향나무 아래 멀쑥한 상사화, 꽃대를 올려 그리움으로 피어나 씨앗도 없이 져버리는 아쉬움을

장미꽃 그늘 아래서 쳐다보는 하늘을

내 생일 가끼이에서 피는 아카시아 꽃들의 흐뭇한 향내를

운동장에 어둠이 내리면 불을 밝히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빛 조각들을

담장 너머로 흘러나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를

바다에서 바라보는 동네 안의 다정한 저녁 불빛들을

바람 부는 날, 서로서로 몸을 기댄 채 떠 있는 배들을

막 잡아 올린 은빛 멸치떼의 파닥임을

물속에 담그면 살아나는 조개의 아름다운 무늬들을

물이 빠질 때면 자갈자갈 소리를 내는 조약돌들의 노래소리를

바닷물이 동네 안까지 들어온 아침, 그 바다에 내려와 머리를 감는 나무들을

발치를 바닷물에 담근 채 늘 말이 없는 망주봉을

방금 썰물 진 말랑한 갯벌의 감촉을

갯벌에 숨어 있는 게 구멍을

바위에 와서는 부서지고, 모래톱에 와서는 경계를 넘지 못하는 바다를

그 바다에 가득한 아버지의 보물들을

말도 쪽으로 지는 해를 배경으로 고기잡이 나가는 배들을

푸른 안개가 피어오르는 신새벽 만선으로 귀항하는 어선들을

선창에서 배를 기다리는 새벽 한기에 파랗게 언 지어미들을

붉게 타오르던 노을이 청보라색에서 청회색으로 사위는 아릿한 시간대를

슬픔이 가득차 올라 눈물이 되는 시간을

여름날의 빛나는 태양과 하늘을 닮은 바다를

무더운 여름 밤에 손톱에 들인 꽃물이 초승달만큼 남았을 때의 애잔함을

밤이면 환하게 꽃잎을 여는 야시시한 분꽃들을

하늬바람으로 술렁이는 바다를

그 바다에 가득 띄워놓은 해우발들을

저녁 숯불에 익어가는 전어의 고소함을

바람소리에 서걱이는 대나무 숲을

따뜻함이 그리워 집 주위를 맴도는 새끼데린 고양이를

노란 은행알이 수두룩 떨어지는 가을 비 오는 아침을

수채화로 번지는 가을 산을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겨울나무의 겸허함을

칼바람 부는 겨울 바닷가를

나는 사랑합니다.

 

사람들

캐스터네츠를 왼손 바닥이 벌개지도록 신나게 두들겨대는 은별이를

앞니가 썩어 합죽한 은별이의 귀여운 웃음을

언니보다 야무지고 똘똘한 엄마 없는 효리를

맨날 엄마가 보고 싶은 지윤이를

종이접기를 잘하는 지윤이를

친구가 없어 심심한 예현이를

이제 전학와서 적응해 가는 희찬이를

안경너머에서 반짝이는 희찬이의 눈망울을

악보를 금방 외우는 욕심 많은 소현이를

엄마 이야기를 통 안하는 소현이의 가녀린 어깨를

늘 반쯤 감겨있는 범준이의 졸린 눈을

리더십이 있는 지연이를

징을 잘 치는 성민이를

올해는 북치는 소년이 된 성민이를

자기 생각이 분명한 지영이를

세인이의 맑은 눈빛을

동생을 잘 챙기는 속깊은 세인이를

성실한 주은이를

동생 성민이에게는 발차기 명수, 무서운 누나 주은이를

이제 변성기를 지나고 있는 윤식이의 노래소리를

웃을 때 생기는 윤식이의 볼 우물을

깔끔한 대훈이를

쇼팽의 '혁명'을 치면 가슴이 뒤집어진다는 아이들의 맏형 동규를

역사에 관한한 박식한 민성이를

밤색을 초콜릿색이라 말하는 찬이를

퍼머가 잘 어울리는 건이의 엄살을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배에 발길질을 해대던 온이를

어떤 녀석인지 우리 모두를 기다리게 한 온이의 탄생을

지붕 옥상에서 강아지를 내던져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한 예성이의 돌발행동을

미워할 수 없는 악동 예성이를

엄마도 버벅대는 여덟 살 예진이의 말 솜씨를

우리 기도 모임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리는 그 녀석들을

생각이 깊어진 은비를

pace-maker로 삶의 비전을 세운 은비를

인생의 빛나는 시기를 주님께 드린 아름다운 청년 남재봉을

아이들을 사랑하는 소지영 선생님을

겸손하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하나님의 사람 소지영 선생님을

성탄 연습하는 날

오븐에서 구워지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을

아이들과 함께 먹던 호박감자(호박고구마)의 달콤함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와 장난스런 몸짓들을

울고 터지는 난장판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을

해수욕장 방파제를 자전거로 달리는 싱싱한 아이들을

차가워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는 아이들을

내게와서 치대는 아이들을

슬쩍 내 가슴을 만지는 아이들을

엄마보다 할머니가 더 익숙한 아이들을

무언가 한 가지씩 슬픔을 가진 푸른 콩잎같은 아이들을

땅위에 있는 나의 면류관인 성도들을

골짜기를 지날 때 옆에 있어 준 중보자들을

아킬레스건을 사정없이 걷어채인 날 내 눈물을 말없이 참아주던 

함께 시린 어깨를 기대어 주는 동역자들- 이재복,백현주,안창수,황진희-을

노을이 아름다운 바닷가를 함께 걸어주는 따뜻한 동행인 남편을

나는 사랑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내 삶에 들어오셔서 나를 만들어 가시는 토기장이

내가 골짜기를 지날 때에도 빛나는 열매를 보게 하시는 좋으신 분

나를 광야로 내몰 때에도 함께할 자를 붙여주시는 긍휼이 풍성하신 분

욕심을 낼 때마다 내 비전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시는 친절하신 분

정과 끌로 아직도 나를 다듬으시는 선하신 분

호된 질책으로 눈물 콧물 쑥 빼게 하시는 엄위하신 분

내 연약한 체질을 아시어 선유도에 나를 내려놓으신 세밀하신 분

그리고

바람과 파도를 통해서 내 영혼을 깨우시는 창조주

집채만한 파도와 굵은 바람 앞에 속수무책일 때 내 존재를 확인하게 하시는 광대하신 분

인생 채찍으로 내 뼈를 상하게 하시면서도 교훈하시는 분

그 뼈를 다시 회복시키시는 나의 치료자

인간 막대기로 나를 때리시며 울고 계시는 사랑이신 분

내 사랑 고백을 들으시는 분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능력없는 사랑일 뿐이라는 내 부끄러운 고백을 받으시는 분

내 눈물을 씻어주시는 다함이 없는 위로자

내게 꿈을 주시고 그 꿈을 성취하시는 나의 왕

아침마다 문자메시지-기록된 말씀-로 사랑한다 하시는 나의 아버지

날마다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나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