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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 그녀의 神바람

2014.10.01 22:23

김성찬 조회 수:3614 추천:16

영혼일기 1577: 그녀의 神바람

2014.10.01(수)

 

지하생활자에게 있어 찾아든 모든 것이 神이다.


새벽에 우리네 카타콤으로 찾아 든 서생원이

멸치대가리 하나 탐하다가

그만 꼬리를 밟혀 몸부림치고 있더라고

아내가 전했다


아내는 이제 베테랑 포수다.

식탁에 올릴 생선 한 마리도 제대로 손보지 못한 찬모가

세상을 소스라치게 하는 시궁쥐를 요리하는데 문리를 터득했다.

심심찮게 그녀의 회갈색 유인책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 흉물의 처절한 몸부림이

눈에 아른거린다며

간만에 찾아 든, 그 神의 안위를 염려해마지 않는다.


혹한과 불모의 시베리아에서 고립을 즐기는 네네츠 족에게는

자신들을 찾아 온 나그네의 신상을

적어도 사흘 동안은 털지 않는다는 예쁜 풍속이 있다.


의심 없이, 아낌없이 심지어는 아내까지 잠자리에 내어주면서

자신들을 찾아 온 모든 이들을 그들은 神삼는다.


神은 추앙의 대상이지 추궁의 대상이 아니기에.

인신제사도 神을 위해 아끼지 않는다.


지하생활자에게 찾아 든 모든 것이 神이듯

네네츠족에게는 찾아 온 모든 이가 神이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지난 천 년 세월

밤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카타콤의 불침번에게 있어

이제는 찾아 든 그 무엇이든

神이기에

아내는 붙잡힌 神이 神통력을 발휘해

밟힌 꼬리를 빌립보 감옥의 차꼬처럼 풀어 버리기를

하루 종일 바라고 바랐던가 보다.


먼 데, 망자를 神삼는 조문을 하루 종일 다녀 온

아내가 저물녘 서둘러

카타콤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神접한 듯, 실성한 사람처럼 헤헤 거리며

자신의 차꼬라도 풀린 양 좋아한다.


어떻게 차꼬에서 풀려났을까, 어떻게

기적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태가 어떻게 되어 버린 것임을

재확인하는 탄성을 발하며

차꼬만 댕그라니 남기고 휴거해 버린

세마포만 곱게 개켜 있는 빈 무덤의 신비를

오늘 여기서 매우 반기고 있다.


빈 무덤의 신비 앞에

모성의 바다, 막달라 마리아처럼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안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