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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3: 경칩 사암

2019.03.09 09:43

관리자 조회 수:33

경칩이다.

만물이 겨울 잠에서 깨어난다는,

개구리도 땅 위로 튀어나온다는,

절기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 없다.

 

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했다는 전前 대통령의 동정도 들려온다.

 

과연 경칩이다.

 

허나

집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조건부 귀가란다.

 

과연 경칩일까?

 

오늘은 어쩐 일인지 이른 아침부터 진종일 다산 정약용을 읽고, 묵상했다. 그래선지 전직 목민관(?)의 석방 소식을 듣게 됐나 보다.

 

목민할 마음은 간절했었지만, 목민할 대상이 없었기에, 마음에 피로 쓴 역작의 제목을 <목민심서牧民心書>라고 붙일 수밖에 없었던, 다산 선생의 아픔이 전이 되어 왔다.

 

유배지에서 18년, 귀가 후 임종시까지 18년. 

사암俟菴 정약용. 

그분은 타의 반, 자의 반 집에 갇혀 살았다. 

 

사암俟菴 - 자신이 꿈꾼 사회를 이룩할 다음 세대를, ‘초가(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선생이 불리길 원했던 호다.

 

갇힌 만물은 기다린다. 자연은 어김 없이 갇혀 해제를 기다리는 만물을 위해 제 때에 문을 연다. 맞다. 자연을 기다리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이 자연스레 기다리는 만물에게 적기에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사암俟菴 선생이 기다리는 다음 세대도 반드시 경칩을 맞이할 것이다. 아니, 경칩의 주인공이 될 다음 세대도 반드시 경칩 역사에 등장할 것이다.

 

경칩에 재택 근무만 명 받는 

전직 목민(?)관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뉴스 톱 기사로 볼 수 없는,

새 역사의 경칩에.

 

2019.03.0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