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5: 탁구 허풍선이
2019.03.09 09:49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탁구장에 가려다가 제자리 걸음만 했다.
워밍업 없이 몸 놀리다가 몸 상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탁구를 치다가 상한, 오른 팔 테니스 엘보, 왼손 중지 염좌 통에 교대로 시달리게 되면서, 양손을 쓰는 나도 이젠 운동도 원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몸의 경고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봄을 맞이할수록 쇠락해져가는 육신.
아이러니다.
건넌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라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
이젠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육의 몸이 죽고, 영의 몸이 사는,
전인 완성으로 나아가는 구원의 경지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살코기는 부패해져 가는데
육정은 날로 기승을 부리니
그 언제
육의 몸이 죽고, 영의 몸이 사는
바울의 소마 부활이 내 몸에서 실현될까?
미완의 생
육의 일이 그러하듯, 영의 일까지.
비단
몸 상할까 봐, 탁구장엘 안 간 것이 아니다.
비어 있는 내가 젠척하며 사는
내 허풍이 스스로 가소로웠기 때문이다.
통화 중
오직 예수의 사람 친구 박 목사가
니가 그럭저럭 산다면, 나는 뭐냐?
라고 반문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묻던 중
그랬다.
허풍선이.
실속 없이 무력한 내가 나를 비감하게 했기에
운동도 삼갈 수밖에 없었나니
2019.03.0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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