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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0: 깨끗한데요

2019.04.07 09:44

관리자 조회 수:33

부끄러운 밤을 보냈다.  

 

어제 새벽에 숙성되지 못한 내 속내를 까발린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심장 마비 전조 증상 운운해댄 푼수 같은 내 포스팅에 순전한 염려가 답지했고, 난 적이 난처했다. SNS 상에 반(半) 공개적으로 일기 쓰기를 해 온 관성이 그런 스스럼없는 포스팅을 가능케 했다.  

 

밤새 뒤척거리다 맞이한 어제 아침. 내 앞에는 철벽같은 의무가 버티고 있었다. 일생 목회자 계속 교육을 돕는 일에 투신해 온 나는, 어제도 나에게 주어진 그 의무를 결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너진 몸으로 이 하루를 어떻게 열어야 하나? 염려가 앞섰다.  

 

허나, 의무는 병보다 중한 거라서, 나는 움직여야 했다. 움직이려는 의지를 앞세우자 길이 열렸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하듯, 몸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더 나아가 사람 곁에 사람이 있음을 맛봤다. 내 션찮은 몸으로는 오고가기가 거북했던 길을, 페북에서 내 몸의 상태를 파악한 동지들이 자원하여 나를 자신들의 차에 태워줬다. 저녁에는 아내들을 사모 세미나에 보낸 독수리 오형제가 함께 식사도 했다. 그래, 사람이, 사람도 희망이다. 

 

그 중간에 병원까지 데려다 줬다. 심장 내과엘 들렸다. 전력이 있었던 내 일지를 들여다 본 의사는 즉각 폐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를 지시했다. 이내 결과지를 판독하던 의사가, 안경을 걷어 올리며, 

 

깨끗한데요, 그랬다. 

 

오늘 횃불목회자 세미나에서 ‘사도행전과 서신서 2’를 강의했던, 김현광 교수는 이런 추정을 발했다. 

 

“(사도 바울의 로마 행은) 인간의 계략이 무너지고 하나님의 뜻이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40명 금식 결사대의 음모는 발각이 되고 거사는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예루살렘에서 계획되었던 바울 살해 음모와 그를 가이사랴로 호송하는 군사작전이 긴박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가장 평안했던 사람은 바울이 아니었을까?”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끌려가던 죄수 바울이 그 살해 007 작전 와중에서, 유라굴로 광풍 앞에서도 가장 평안했던 사람이라고, 김 교수는 추측했다. 그가 어떤 근거 없이 막연하게 그런 추정을 한 것이 아니다.  

 

“그 날 밤에 주께서 바울 곁에 서서 이르시되 담대하라 네가 예루살렘에서 나의 일을 증언한 것 같이 로마에서도 증언하여야 하리라(행23:11)” 

 

는 주의 약속의 말씀을 김 교수는 주목했기 때문이다. 약속의 말씀을 받아 믿고 간직한 심령에 평안이 임했다는 해석이다. 맞다. 바른 해석이다. 그 해석에 근거가 있음은, 계속 이어지는 죄수 바울 수송 작전에서 부딪힌 자연 재해, 유라굴로 광풍에 배가 파선 되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사도 바울은 심령의 평안을 유지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배에 탄 모든 이들을 진정시켰다.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이제는 안심하라 너희 중에 아무도 생명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겠고 오직 배뿐이리라 /23 내가 속한 바 곧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사자가 어제 밤에 내 곁에 서서 말하되 /24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가이사 앞에 서야 하겠고 또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항해하는 자를 다 네게 주셨다 하였으니 /25 그러므로 여러분이여 안심하라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 /26 그런즉 우리가 반드시 한 섬에 걸리리라 하더라(행27:22~26).”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예수 안에 있다.  

 

“사도행전 28:31절은 바울이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는 말씀으로 끝난다. 

‘하나님 나라’는 사도행전에서 문학적 inclusio를 이루며 행 1:3 (“…사십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과 28:31에 나타난다. 

 

바울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다. 데럴 복은 이렇게 말한다: “One of Paul’s topic is the rule of God that arrives through Jesus”(754).  사도행전은 결국 하나님 나라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 가는 것이 복음 전파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암시를 준다.(김현광)“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 가는 하나님 나라 완성을 위한, 복음 전파가 궁극적인 목적인 사명자에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있다. 복음 전파 사명자란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보지(保持)한 약속의 말씀을 주께로부터 받은 자이기 때문이다.

 

깨끗한데요.

 

그래 그 백지 같은 심령에 나는 염려근심을 도배질 했던 거다.

그래 그 백지 같은 심령에 나는 평안의 복음을 도배해야 한다.

 

아멘아멘 

 

빌립보 감옥에서 바울 사도가 나에게 권면한 말씀을 내 심비에 새겨 본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 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립보서 4장 7,8절)

 

2019.04.0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