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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0: 시/전정剪定 유감

2019.04.11 11:39

관리자 조회 수:23

전정剪定 유감

 

수북하고 거친 더벅머리를 깔끔하게 쳐냄으로

이전의 모든 기억들을 말끔히 제거해 버리면

 

봄이 늘 새 봄이고

날이 늘 새 날이니

 

해마다 기쁨도 새롭고

날마다 슬픔도 새로운

 

과거와 단절 된 완벽한 새 세상을 

누리게 되는 걸까?

 

허물과 죄의 흔적조차

제모와 함께 사라져버리게 되는 걸까?

 

기억 한 톨 나지 않을 망각에 다다를 수 있다면

단두대에 머리를 들이대도 좋으련만

 

잘린 기억들이 잘린 아픔까지 기억해냄으로

천 년 전의 상처까지 오늘에 새로운 

증강 된 기억의 힘으로 무성할 찬란한 고뇌여

 

자른 꼬리 다시 새순처럼 돋는 파충류 마냥

날마다 새로운 이전 기억으로 다시 새로운 아픔

너, 인생이여

 

2019.04.09(수) 오후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