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0: 시/전정剪定 유감
2019.04.11 11:39
전정剪定 유감
수북하고 거친 더벅머리를 깔끔하게 쳐냄으로
이전의 모든 기억들을 말끔히 제거해 버리면
봄이 늘 새 봄이고
날이 늘 새 날이니
해마다 기쁨도 새롭고
날마다 슬픔도 새로운
과거와 단절 된 완벽한 새 세상을
누리게 되는 걸까?
허물과 죄의 흔적조차
제모와 함께 사라져버리게 되는 걸까?
기억 한 톨 나지 않을 망각에 다다를 수 있다면
단두대에 머리를 들이대도 좋으련만
잘린 기억들이 잘린 아픔까지 기억해냄으로
천 년 전의 상처까지 오늘에 새로운
증강 된 기억의 힘으로 무성할 찬란한 고뇌여
자른 꼬리 다시 새순처럼 돋는 파충류 마냥
날마다 새로운 이전 기억으로 다시 새로운 아픔
너, 인생이여
2019.04.09(수) 오후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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