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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3 : 이승우의 정치적 승리

2021.02.01 14:25

관리자 조회 수:22

소설가 이승우 씨가 때 늦게 <이상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이 저녁에 우연히 읽었다. 읽을 만한 책을 서핑하던 중, 뒤늦게 그 미묘한 소식을 접했다. 낯설었다. 그는 문단 정치에 있어서 아웃사이더다. 그의 젊은 날 그는 문단 주류 세력들에 의해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한 예를 들어, 한국일보 문학상 최종심에서 심사위원 4명 중 3명이 그를 대상 수상자로 밀었으나, 그 평론계의 대부가 정치적 면피 행위를 하는 바람에 탈락했다. 내 앞에서 적잖이 낙망해 마지않던 그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때 내가 그의 처진 어깨를 다독이며, 더 큰 상이 예비 되어 있을 거라고 위로했는데,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작품성으로만 대상 수상자를 뽑은 1993년도 제1회 대산문학상 소설 부문에 <<생의 이면>>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그 상을 받게 되었다며 나를 찾아 와, 나에게 내가 지나가듯 던진 격려가 대상이 되어 자기 품에 안겼다고 복기했기에, 그 말과 상황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소설가 이승우 씨가 <이상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는 참 나를 미묘한 감정에 빠뜨렸다. 그 나이에, 그 대가에게, 이제사? 왜? 왜냐하면 그는 그의 젊은 날, 그 상의 대상 수상자로 손색이 없는 단편들을 써냈기 때문이다. 특히 <못>이라는 제목의 단편은 평론계의 대부 김윤식 선생의 극찬을 받았던 단편 소설이었다. 김윤식 선생이 다룬 소설은 그 문하의 평론가들에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였기에, 당시 그 <못>이라는 작품은 문학판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수작이었다. 그러나 작품평과 문학상은 결코 일치하지 않았다. 문단에서 듣보잡 서울신학대학 출신 글 좀 쓰는 소설가 정도는 그 정치판이 상 줘야할 대상일리 절대로 없었다. 그는 늘 <이상 문학상> 후보에 만족해야 했다. 어느 핸가 마지못해 그 대상 ‘공동’ 수상자가 된 적도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대접을 받았던 그에게 뜬금 없이 그 상 운영에 얽힌 불미스런 사태가 있은 후, 그 출판사가 대상을 그 손에 쥐어줬다는 거다. 그래 젊은 날 문단 정치에 외면 당하던(아니 외려 문단 정치를 외면하던) 그가 홀로 성실하게 소설에 복무하더니, 외국에서 한국 최초의 노벨상 후보 운운하자 그를 끌어들여 이젠 저작권 불공정 시비로 파열음이 난 문단 정치의 요긴한 수습책으로 삼고 있다 내겐 여겨진다. “낯선 손님처럼 갑자기 찾아 온 이 무거운 상이 왜 찾아왔는지 묻지 않는 대신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한 말처럼 타성에 젖거나 반복 되는 일에 지치지 않고 ‘사무원’처럼 내 일을 하겠다”고 그가 발한 수상 소감에서 내 합리적 의심의 증거를 나는 발견했다. 그래, 무너져 내린 <이상 문학상>의 권위를 복원시키는 방편으로 실력 있고, 중후하고, 비정치적이고, 덕망 있고, 무엇보다도 글 만큼 사람 좋은 이승우 작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리라.
문단 정치와는 벽을 쌓고 살아왔을 그가 난마와 같이 얽힌 문단 정치의 수습책으로 기용 된 기묘한 현실을 대하면서, 그가 연출한 진정한 복수극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그가 단편 소설 하나로 5,000만 원이나 되는 상금을 받는단다. 그는 나에게 약속했다. 그가 대산 문학상을 받는다며 나를 찾아왔던 그 자리에서 나는 당신은 틀림 없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거라고 했다. 왜냐하면 당신 이승우는 서구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천재 작가이기에 반드시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될 거라고 했다. 1993년 나의 그런 가망 없던 예언에, 그 때에는 그가 별로 동의하지 않았었다. 해서, 나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상금을 받게 되면 십일조를 나에게 내라고 했고, 그는 그러마고 했다. 지금은 동의하지 않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ㅎ 글고 그 상이 결코 먼 데 있다 여기지 않을 거라서.
그가 대산문학상 첫 수상자로 받은 상금은 무려 3,000만 원이었다. 1993년 그 당시 문학상들이 주는 상금이 많아야 3~5백만 원 정도였으니, 매우 큰 돈이었다. 같은 교회 여 집사가 그 상금의 크기에 놀라며, 울었다. 왜냐하면 자기 남편은 연봉 몇 천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는데, 소설 한 편으로 해외 노동자의 연봉을 벌어들인 사람도 있다는 충격에, 자기 남편이 불쌍해서 울었다고 한다. 왜, 내가 이런 이야기까지 쓰고 있는가? 나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울지는 않았다. ...... 그 약속어음이 내 손 안에 있으니까.
하여, 나는 이승우 작가의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을 반무릎으로 축하한다.
정치가 좋은 것이기도 하다. 참나.
예스24에 주문했다.
<<사랑이 한 일>>(이승우, 문학동네)
2021.01.27(수)
그의 동의 없이 까발려서 미안하다.
허나, 그는 내게 감히 시비해서는 안 된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속 이야기를 맘껏 주물러댔던가?
먼저, 셈해 보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