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143: 시평 장진희

2021.10.11 19:09

관리자 조회 수:13

4143

<사막은 나이테가 없다>

 

#김성찬목사

#열린출판사

 

마침표가 없는 시집을 다 읽었다면서 

두 손으로 덮고 마침표를 찍었다.

내가 시집을 덮었다고 해서 시가 끝나는 것일까?

시집 속에 간간히 숨어있는 쉼표를 보며 마침표가 없는 이유를 생각한다.

시어가 흘러가는 길에 마음이 따라가고 마음이 따라가는 길에 사유가 길을 열어주니,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시. 공간의 가득 채움이 마침표를 끝끝내 밀어 내 버린다.

 

시어 속엔 마침표의 자리는 

영영 없을 것 같다.

 

<사막은 나이테가 없다> 김성찬 목사님의 시집이다. 페북을 통해 만난 목사님이 저자의 친필 사인을 해주시며 선물로 보내주셨다.

덕분에 나는 기다림의 가을을 맘껏 누릴 수 있었고, 내 인생의 새로움 하나를 이쁘게 선물 받았다.

 

시를 통해 울어 본 적이 얼마만인가! 

시인의 마음이 고마워서 울고, 

예수님의 복음이 문학과 함께 어우러져 빛나고 있음이 감사해서 울고,

낮은 자의 인생을 보듬으신 목사님이 감사해서 울었다.

가을이라 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그냥 계절과 상관없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시인의 대백과사전 같은 언어와 삶의 함축이 눈물이 메마른 영혼에게 단비로 다가올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는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글의 본질의 힘인 것 같다.

목사님의 시를 내가 다 담을 수 없는 자라 부끄럽다.

가장 마음에서 멀리 떨어지는(?) 시 하나 적으면서 감사를 표한다.

 

<가시나무>

 

돌아갈 다리를 하나 씩 끊으며

돌아갈 땅에 지뢰를 하나 씩 묻으며

 

돌아갈 인연마다

점점 가시 못 박아 놓으면

 

용맹 정진으로 이룬

바람 끝 혈의 누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다다를 수 없는 시간의 끝

 

누가복음 9장 62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하시니라)

 

덧) 목사님! 살아계셔서 사모님이 엄청 고마워하실 거지만 이부자리 개켜 놓으시면 더 좋아하셔요.ㅎㅎ

시집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가 바라보는 시선이 한걸음 더 넓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