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147: 시로 듣는 신앙 에세이

2021.10.20 07:28

관리자 조회 수:8

4147

[인천기독교신문] 2021.10.15(금)

■시로 듣는 신앙에세이(180)

#베로니카_최경애 / 김성찬(1952~ )

 

천 년 만에

먹여주고 놀아줬다

 

감격에 겨워 벳새다의 기적을 즐기는

그녀의

식탁 위에 내 눈물이 비쳤다

 

아홉은 어디 갔느냐?

너도 가려느냐?

한 아버지뿐이듯 한 목사뿐인

매정한 건기를 자력으로 견뎌 낸 저 우매한 지조

세상에 두기에 아까운 인간 보혜사

전동 스쿠터 드라이버, 최경애

동네마다 바보 하나쯤은 있어서

진실이 숨 쉬듯

영리한 것들 판치는 성막에도

천치 하나쯤은 있기에 신탁이 임하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손수건에 훔치는

베로니카 최경애

 

하늘 영감을 일깨우는

비바람이 분다

늦은 비가 내리려나

 

ㅡ김성찬 시집, 『사막에는 나이테가 없다』(열린출판사, 2021)

 

■ #FaithEssay_ 목사 김성찬 시인은 목회자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만난 대상에 대하여 당연히 신앙적 혜안(慧眼)으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김성찬 시인의 첫 시집 『사막에는 나이테가 없다』에 수록된 시 「베로니카 최경애」에서 시인은 신앙이란 고통을 회피하는 불감증의 행복이 아니라, 슬픔과 상처를 온 몸으로 끌어안고 그것을 오히려 사랑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믿음의 힘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의 모티프가 되는 ‘최경애’라는 실명이 누구라는 것이 적시하지 않았지만, 시를 묵상하다 보면 일평생 신앙 속에서 한 목사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섬겨 온 한 성도의 순애보가 보인다. 시인은 그녀의 잃어버린 삶의 균형과 기억들을 예수의 마음으로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다. 받은 사랑을 다 갚지 못하는 미안함이 이 시에 배어 있지만, 그녀를 통해 온전한 사랑은 모자람을 인정하는 겸손과 양선이 있을 때 임한다는 진리를 노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은 미안한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구원은 가난한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시를 통해 깨닫게 해주었다. 신앙공동체 안에서는 물론 삶의 모든 공동체에는 늘 가난한 마음, 미안한 마음이 출발이 되어 사랑을 이룬다. 우리 주님도 그러하시지 않으셨던가. 측은지심(惻隱至心)은 모든 신앙의 출발이고 사랑의 이유가 된다. 마태의 기록에 의하면 오병이어의 기적도 “예수께서 큰 무리를 보시고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 이에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고 제자들에게 “너희에게 있는 것으로 먹이라”(마6:34-44) 고 하신 것이 오 천명을 먹이고 열두광주리가 남은 기적이다. 사랑과 불쌍함은 기적의 출발이다,

ㅡ김윤환 목사(시인/문학박사) 시흥 사랑의은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