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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그 미완의 위안과 행복에 대하여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021.10.21(목) 오후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 2 발사대에 발사 됐다. 궤도 진입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결과를 두고 세간의 평은 성공이냐 실패냐 라는 관점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누리호 비행 시험 결과 브리핑 중 눈물을 보인 권현준 과기부 정책관은 이렇게 말했다. 

 

“미완의 성공, 아쉬운 실패 이런 평가들이 있는데 이번 발사는 비행 시험입니다. 개발해 가는 과정에 있는 상황이고 개발 중에 있는 과정을 성공과 실패라고 규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귀에 쏘옥 드는 멘트였다.

 

과정 중에 있는 비행 시험의 결과를 놓고 성공, 실패 운운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후 수백 년 후에도 대역 죄인이 재 평가 되어 구국 영웅으로 추대 되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

 

더군다나 천성을 향해 나아가는 도상에 서 있는 존재인, 일개인에 대한 평가를 성공실패라는 잣대로는 잴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삶과 사명에 대한 최후 성공실패 여부를 판정하는 판정관이 내 겉과 속을 감찰하고 계시는 대심판주 하나님이시라는 점 때문이다. 

 

하여, 이 시점에서 일선 목회를 정리하고 있는 나는, 과정 중 평가 불가라는 멘트에 새 힘을 얻는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과정 중에 있는 사명자이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여전히 성공과 실패라는 척도로 잴 수 없는 미완의 과정 중에 있는 사명자다.

 

더 이상 성공실패라는 기준이 선사하는, 과정이 결과라고 여기는 이들이 과시하는 오만방자한 우쭐댐이나 역으로 자책과 자학과 우울증과 대인공포증과 공황장애을 떨쳐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과정을 과정으로 여기며,

 

사명의 도상에 당당하게 서서

최후의 심판의 표준과 근거인

내 곁 작은 자 하나의 고통에 감응해 주는

그 복음적 지고지순한 사명을 위해 

내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내 가진 양파 한 뿌리 이웃과 나누기에  

내 남은 힘을 다할 것을

나는 

하늘과 땅에 굳게 맹세한다. 

 

가슴이 활짝 펴진다.

도상에 선 존재로서 누리는 미완의 위안과 행복감으로. 

 

감사하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2021.10.27(수) 베란다 영창으로 쏟아져 들어 오는 햇살이 오늘따라 유독 따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