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지혜보다 나은 열정
2008.08.25 23:49
영혼일기 45: 지혜보다 나은 열정
2008.08.25(월)
난 그에게 그래서 얻은 열매가 뭐냐고 추궁했다.
그는 그렇지만 난 순간순간 그 과정, 과정에 누구보다 충실했었노라 항변했다.
그는 누가 뭐래든 난 사심 없이,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오직 그 사명감에만 충실했었노라 그 쉰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나는 이렇게 내 자신을 다독거렸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그 생애 중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한 순간만을 보시고, 우리를 평가 하실 것이라고 되뇌곤 했다. 하여 그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 칭찬 받지 않을 영혼을 없다고 스스로 믿었다.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난 그렇게 힘주어 강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람들도 그 누군가에, 그 무엇에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한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난 전제했다. 살인마 김 대두조차도 그 옥중에서 새 사람 되어, 영혼 구원에 몸 바친 아름다운 한 순간이 있었다지 않던가? 형장의 이슬로 마감했지만. 결과가 어떠하든, 그 누구나 그 생애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이 있다. 그것이 평가의 기준이다. 그것이 생의 열매다.
그렇게 믿고, 강조해 오며 스스로를 달래던 내가 오늘, 그에게 그 지혜 없는 과정이 이룬 폐허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당신은, 지혜가 부족했어, 그 열정도 좋지만 그 과정이 지혜롭지 못했어.
오늘의 그 결과가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아?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단호했다.
지혜가 문제가 아니었소. 그런 지혜를 염두에 둘만한 현실이 아니었소.
손발 묶는 지혜가 어떻게 지혜일 수 있소. 그 지혜는 사치요, 사치.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식물인간으로 사느니 도둑질이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겠소? 남자든 여자든, 단 둘이든, 서넛이든 난 사람들을 사명자로 볼 뿐이었소. 그게 어쨌단 말이오. 색안경을 쓰고 덤비는 인간이 문제이지. 그렇담, 사람 눈 무서워서 손 놓고 있으란 말이오.
그는 그렇게 항변했다.
공자가 그랬다지 않던가? 수간(獸姦)하는 녀석을 그 제자들이 비웃자, 그래도 저 녀석은 낮잠 자는 놈보다 더 낫다고. 그는 움직이며 견뎌 냈다고 당당히 우겨댔다. 결과는 결과고, 과정은 과정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해 볼 만하니까, 영적 분위기가 좀 잡히니까, 그 고질병이 악화되어 감당할 수 없는 파열음을 낸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허탈해 했다.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 강철 같은 사명자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눈물로 뿌린 씨앗이 다투어 발아하려는 시점에 그는 다시 새론 시도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만 한다고 그는 말했다. 땅에서 넘어진 자 그 땅을 딛고 일어서야 할 것이 아닌가, 반문했지만 그는 달랐다. 나처럼 그 땅을 짚고 일어설 힘도 의지도 없는 내가 그 땅 운운하자, 그는 코웃음을 쳤다. 장막을 걷어라. 난 미지의 불확실성으로 진격하리라. 다 뒤로 물러서라. 그는 홀로 독야청청했다. 나처럼 비굴하게 견디지 못하고, 바보같이. 사막에 길을 내 보겠다고 큰소리쳤다. 병든 낙타 한 마리도 없이.
그는 신판 천로역정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가 훌륭한 것은 바로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그는 비장했다.
그가 아름다웠다.
그는 그의 목회 일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한 장면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결과나 열매완 상관없이,
그날 만유의 주재에게 칭찬받을, 지혜보다 더 나은 열정을 그는 분출해 내고 있었다.
어두워져가던 밤하늘이 일순 환해졌다.
살같이 흐른 유성.
그 낙하조차 황홀한 그는, 별똥별이었다.
한줄 찬란한 빛 된, 일순(一瞬) 그 과정이 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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