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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속울음

2008.09.02 21:48

김성찬 조회 수:1139 추천:19

영혼일기 52: 속울음

2008.09.02(화)



홈피 생각나누기에 주찬양 님이 노래아닌 노래한 곡을 올려놨다.

보장된 미래와,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고 케냐에 국제 의료 봉사자로 떠난 한 일본 의사가,
3년 만에 그녀의 결혼 소식을 접하고 보낸 편지의 내용에 사다 마사시가 곡을 붙였다.


바람에 맞서는 사자.

이 노래를 노래마을 출신 최영주가 노래했다.

우리말로 번역해서 ‘바람에 저항하는 라이온’ 이다.

난 그 노래 아닌 노래의 노랫말에 전율했다.

그래서 이런 댓글을 올렸다.



굿, 굿, 굿


절대 고요속에서 홀로 다시 듣고 싶은 이 절규!

주변의 소음이 감동을 죽이네요.

볼륨도 높일 수 없고,

가슴터지도록 

높이고픈데. 


몇번이나 들었습니다만 수천, 수만번 더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을 것입니다.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노래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살 것입니다.


오는 새해 아침 볼리비아가 날 부릅니다.

망설였습니다. 

돈 때문에, 시간 때문에, 교회 때문에.


그런데, 지금 같아선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난 잃어버릴 애인은 없거든요.


지금 흐르는 속울음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그 애석, 그 숭고, 그 장엄함에

그리고 그 체온에.


귀한 노래 올려 주신 주찬양님을 찬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의료봉사자의 편지를 노래로 만든 노랫말을 여기 옮겨본다.

그리고 그 편지에 주절주절 단장을 달아본다. 

(단장(斷章) 1 한 체계로 묶지 아니하고 몇 줄씩의 산문체로 토막을 지어 적은 글. 2 같은 말: 바가텔.)


바람에 맞서는 사자

 

갑작스런 편지에 놀랐지만 기뻤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나를 미워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앞으로 이곳에서 지낼 나의 매일에 소중한
마음의 의지가 됩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 사명을 이해하나 동참하지 못한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적어도 미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결혼 청첩장을 받아들고는 그녀가 그런 식으로라도 자신을 기억해 준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의지가 되고, 고맙고 감사해 하는, 애정 결핍증 환자의 이 가난한 눈물겨운 고백.

 

그래, 기억해 주는 힘만으로도 우린 전진할 수 있습니다. 그 아골골짜기에 맨몸을 던진 전사들도 고향에서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해 주는 힘(기억력)만으로도 그 정글을 한걸음 더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  

 

나이로비에서 맞는 세 번째의 4월이 와서 새삼스레
치도리가후치에서 옛날에 당신과 보았던 밤벚꽃이 그리워서
고향이 아니라 도쿄의 벚꽃이 그립다는 것이
스스로도 이상할 정도네요 이상할 정도네요

 

(여기서 저기가 그리운 사람의 행복. 여기서 저기 것을 소유할 수 있는 그 무한한 상상력.

그래, 이상하네요. 이상해.

서울에서 대전을 거닐고, 이 땅에서 천국을 거니는 이들.

미쳤군요, 미쳤어!)

 

3년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그 감동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이 있었답니다
빅토리아호의 아침놀 100만 마리의 플라밍고가
일제히 날아오를 때에 어두워지는 하늘이나
킬리만자로의 하얀 눈 초원의 코끼리의 실루엣
무엇보다도 내 환자들의 눈동자의 아름다움

 

(함께 누리고픈 이 감동. 그는 이 대목에서 노래패들의 입을 통해 절규합니다.

한번 들어보고 싶다. 볼륨이 째지도록. 내 핸폰에 입력된 수유리  4.19탑 근처 음악카페 쥔장에게 전활 넣었다. 이 노래 아느냐고. 준비해 놓겠단다. 준비되면 고막이 터지도록 홀로 들어 보련다. 북한산 자락의 흐드러진 철쭉만이 아니라 내 사랑에 목메는 이들의 가련한 눈동자의 아름다움을 그 누군가와 나누고픈 설운 감동에 짓눌릴 때까지)

 

이 위대한 자연 속에서 병마와 마주하면
신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역시 우리 나라는 안타깝지만 무언가
중요한 부분에서 길을 잘못 든 모양입니다

 

(위대한 자연 속에서 병마와 마주하며, 그 병든 인간천연기념물들의 속절없는 주검을 대하며,

하나님에 대해, 인간 실존에 대해 생각하게 된 유신론적 휴머니즘. 하나님 따로, 인간 따로가 아닌. 그 장엄함 속의 사투. 절단할 수 없는 신과 인간. 그리고 결정적 대목에서 길 잘못든 조국. 공해속에 살 땐 몰랐던 바람이 단 대지. 누가 지구를 핸드링하는가? 운전자를 바꿔라. 이대로 두면 폐차장으로 핸들이 꺾인 폐차처럼, 조국의 운명은)  

 

작년 크리스마스는 국경 근처의 마을에서 보냈습니다
이런 곳에도 산타클로스는 찾아오지요
작년은 나였습니다
암흑 속에서 터지는 그들의 기도와 격렬한 리듬
남십자성 하늘 가득한 별 그리고 은하수

 

(암흑 속에서 터지는 그들의 기도와 격렬한 리듬. 밤을 잊기 위해 그들의 몸부림은 계속되고.

남십자성 하늘 가득한 별 그리고 은하수는 그들의 산타가 되고.

국경마을 그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변방에서 그네들은 산타를 만나고.

그 산타가 바로 '나'고. 

왜 우린 산타를 기다리기만 하는가? 내가 산타일수 있는데. 내가 산타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나도 초청을 받았다.

오는 새해 아침 볼리비아로 와 달라고.

숙박만 제공되는 박사원 강의.
허나, 돈도, 시간도, 건강도, 교회도.

난 과연 그들의 산타가 될 수 있을까?)   

 

진료소에 모이는 사람들은 병에 걸려있지만
적어도 마음은 나보다 건강하답니다
나는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행복합니다

 

(아이러니. 나보다 건강한 사람을 치유하는 목회. 아, 그도 자신이 자신에게 치유받는 이들보다 더 병약하다 말하는 구나. 마음이 건강한 이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소말리아. 치유허며 치유받는 행복. 힘들지만 행복하다는 저 거짓말. 내 눈물샘을 터치고 나오는 내 속울음. 힘들지도 않으면서 힘든 이 불행. 본질을 이해 못한, 목양의 기본을 모른 무지. 나 역시 오길 잘했다 생각하고 있어요. 그 어떤 친구녀석은 이렇게 말했지? 그때 널 좋아했던 여선생과 결혼해 그냥 교직에 몸담고 살았으면 넌 오늘 그 고생은 없었을텐데. 난 언제쯤 만인 앞에 그렇게 비춰질 수 있을까? 아니 고백할 수 있을까?  나는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행복합니다, 라고.)

 

당신과 일본을 버린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을 살아가는 것에 우쭐해지고 싶지 않은 거랍니다
하늘을 찢으며 낙하하는 폭포처럼
나는 정체하지 않는 생명을 살고싶어요
킬리만자로의 하얀 눈 그것을 지탱하는 짙푸른 하늘
나는 바람에 맞서 버티는 사자이고 싶어요

 

(지금 우쭐해 하지 않고, 폭포처럼 정체하지 않는, 바람에 맞서 버티는 킬리만자로의 사자이고 싶은 그 기백. 눈물이 그치고 새론 결의가 가슴속에서 뭉클거린다. 사자는 그 산정에 오르지 않는다. 오를 수 없다. 그러나 인간사자는 오른다. 인간이기에 무한한 인간애에 충일한 인간이기에. 오르고 또 오른다. 그래서 인간은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위에서 포효하는 외론 사자다. 미투? 미투!)

 

아무쪼록 여러 분들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마지막이 됩니다만 당신의 행복을
진심으로 멀리에서 언제나 바라고 있습니다

축하해요 안녕히


(마지막이 됩니다만,
 안부와 행복 기원. 진심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축복. 영원히)

 

 

이상은 일본어의 직역이고, 이하는 의역된 노랫말이다.

 

 

 바람에 저항하는 라이온/노래 최영주


 갑작스런 편지에 놀랐지만 무척 기뻤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제게 실망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제부터 이곳에서 보내게 될

 제 귀중한 하루하루를 의지할 곳이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이로비에서 맞이하는 세 번 째 봄이 되어서야

 새삼스레 북한산 자락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가 그립군요.

 고향의 진달래가 아닌 당신이 계신 서울의 진달래가

 그리운 것은 왜 일까요. 이상하네요. 이상하네요.


 3 년 동안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느낀

 그 감동의 시간을 당신과 나누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빅토리아 호수의 아침노을 백만 마리의 플라밍고가

 일제히 날아오를 때 암흑으로 변하는 그 장엄한 하늘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초원의 코끼리의 실루엣

 무엇보다 제 환자들의 아름다운 눈동자


 위대한 자연 속에서 영과 씨름하다 보면

 하나님에 대해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우리들의 나라는 애석하지만 언젠가

 중요한 때에 길을 잘못 든 것 같네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국경근처 부락에서 지냈습니다.

 이런 더운 곳에도 산타클로스가 오네요. 작년엔 저였구요.

 어둠속에서 울리는 그들의 기도 소리와 격렬한 북소리

 남십자성 수많은 별빛 그것과 어우러지는 은하수


 진료소에 모여드는 사람들 모두 환자들입니다만

 적어도 마음만은 저보다 건강한 듯 하네요.

 저요!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라면 거짓일테고 하지만 행복합니다.


 당신이나 조국을 버린 것이 아닙니다.

 제 삶의 방식에 우쭐대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늘을 두 갈래로 가르며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저는 멈추지 않고 살고 싶을 뿐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짙푸른 하늘처럼

 바람을 향해 갈기를 날리는 라이온이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모두에게 안부 전해 주십시요.

 두서없는 편지였지만 당신의 행복을

 마음속 깊이 이곳 멀리서 기도합니다.

 건강하세요.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