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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2: 연옥을 살자

2021.09.22 21:19

관리자 조회 수:3

4122 

이제 후로는 나는 연옥[煉獄 ?]을 살아내야 한다.

 

물론 교리적으로 나는 연옥을 인정하지 않는다. 연옥이란, 천주교에서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으며 일부 영혼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장소이다. 은총을 받기는 했으나 세상에서 지은 작은 죄를 용서받지 못한 영혼들이 천국에 가기 전에 그 죄를 정화시키는 장소이다.

 

단테는 그의 <<신곡>>에서 속죄의 공간, 연옥의 7단계는,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이라 말하고 있다. 연옥에 든 자들은 빨리 죄를 씻고, 연옥을 나오는 곳이 목표다. 연옥에서 속죄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연옥 영혼들의 정죄 해소를 돕는 산 자들의 기도다. 대도요, 전구다. 연옥에 처한 당사자의 자기 기도는 무용하다. 욕망에 솔직해진 시대, 상인들이 주도한, 새로운 시민 계급의 출현이 빚은 사후 세계가 연옥이다. 죄를 씻는 것이, 빚을 갚는 것으로 둔갑한, 돈으로 개인 예배당을 세우거나 제대화에 얼굴을 그리는 것이 유행했다. 단테는 <<신곡>>을 통해 시대의 변화에 응답했다.

 

사후 세계로써의, 죽어 연옥살이는 동의하지 않지만,

살아, 대언자 성령님을 의지하여, 내 허물과 죄를 정화시키는 연옥(煉獄)을 살아내야만 한다.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색욕

그 중에서,

분노와 나태를 그 힘찬 권능에 의지하여, 이겨내고, 벗어나야 한다.

 

옥 옥獄은 개구변에 말씀 언 개견이 붙어 있다. 

두 마리의 개가 말씀 언을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즉, 말을 못하게 하는 곳이 옥獄이다. 감옥이 그렇고, 지옥이 그러하다.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곳. 

 

어제 주일부터 나는 옥獄에 갇혔다. 감옥도, 지옥도 물론 아니다. 굳이 옥獄에 비유하자면, 살아 연옥에 든 형국 같다.

 

더 이상 나불대지 말고, 받은 은총의 보배로운 가치를 성령님께 의지하여 온 몸으로 구현해 내서, 천국 가기에 합당한 자로 거듭나라는 하늘이 마지막 베푼 은총이라 여겨진다.

 

주께서 다 갚으실 터이니, 말없이 지켜보며, 은총 입은 자답게 살라는 그 사랑의 압제다.

 

십여 일째, 코감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하여, 취침 시간에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잠고대조차 못하게 입을 틀어막으신

나의 대언자(파라클레토스 παράκλητος, 대언자, 보혜사).

 

그래, 나의 허공을 치는 빈말대신, 참말로 나의 죄를 대변하시고, 나의 억울함을 신원해 주실 성령님(advocate 대변자)께 내 입을 내드리자, 자의반 타의반 말해서는 안 될, 옥獄에 갇히게 되었음에, 서러워하거나, 분을 발하지도 말고. 

 

다만, 말씀에 기대어.

 

“나의 자녀들아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씀은 너희로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만일 누가 죄를 범하여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요일 2:1).”

 

“곧 이 때에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사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 하려 하심이라(로마서 3:26).”

 

"저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저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저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저를 아나니 저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요 14:17).”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27 마음을 살피시는 이가 성령의 생각을 아시나니 이는 성령이 하나님의 뜻대로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 /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6~28).”

 

아멘아멘

 

2021.09.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