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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코감기가 쉬 잡히지 않은 탓에, 자리보전하고 누워 유튜브를 서핑하다가, 소위 극우 개신교 목회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까지 난생 처음으로 들어가게 됐다. 나는 내 발등의 불을 끄는 일에 매진하느라 그 어떤 정치나 사상 공방에 전혀 눈길을 주고 있지 않았는데, 오늘 알러지가 알러지를 심화시키는 유튜브에 들락거리게 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상황(콘텍스트)이 텍스트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일이 난무하고 있음을 본다. 

 

강철대오라고만 여겨왔던 극우 개신교 정치 세력들 사이에도 갈등이 있음을 알게 됐다. 단일대오를 표방해야 했기에 서둘러 봉합한 것 같은데, 여진은 계속 될 것 같다. 극우나 극좌나 너나할 것이 없이 단일팀 운운하고 있다. 리더의 자기 희생 없는 원팀이란 없음을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선전을 통해서 우리는 확실하게 목도했다. 과연 그 누가 이순신 장군처럼 백의종군도 마다하지 않을 건지, 그런 인물이 나오는 팀이 최후 승리를 거둘 것이다. 

 

어느 애국(극우라는 단어 대신 애국이라는 단어를 차용하고 있는) 개신교 유튜버 중의 한 사람이 뜻밖에 여호수아서 1장 7절 말씀을 인용하며 자기 채널의 구독자들을 위무했다. 내 고개가 갸우뚱했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수1:7).”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맙시다. 우리는!”

 

그랬다. 그는 극우 중의 극우인 동지를 공개적으로 비난/비평했다가 강성 지지자들에게 혹독하게 비난을 받자, 말 없음이 차라리 유익하다는 실리를 택하며, 극우 지존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그 연후, 그가 인용한 말씀이 위 성경 말씀이다. 

 

극우 세력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극좌도 똑같다.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치킨게임에만 열광하는 광신도들 천국에서, 좌나 우나 그 어느 진영도 합리적 제안이나, 합리적 검증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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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이는 무슨 말씀인가? 어패가 있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 같다. 율법을 다 지켜 행하려면, 좌로든, 우로든 어느 한편으로 전적 올인을 해야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이 말씀을 이렇게 해석해 본다. “율법을 <다> 지켜 행한다.”는 말씀이란, 완전한 율법을 온전하게 지켜 행하는 <다>란, 율법의 궁극인 사랑으로 그 법을 완성해야 한다는 말이라 해석해 본다. 

 

예를 들면, 돌로 쳐 죽여야 마땅한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처리하던 예수님의 사랑의 처리 방식처럼 말이다. 우리가 알거니와, 그 사랑의 처리 방식은 인정사정 없이 율법의 조문대로 그녀를 돌로 쳐 죽여야만 하는 극우의 보검 척살도 아니고, 휴머니스트의 무른 인정으로 그 여인을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며, 율법 무용론을 외치는 극좌의 무법 사면도 아니었다. 극우인 돌을 든 자들에게나, 극좌인 무조건 구제받길 원하는 여인편에 선 자들도 아닌, 그 사태를 거울 삼아 율법에 각기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보게 하여, 극우도 극좌도 자신의 허물과 죄를 직시하게 하여, 한 편으로는 들고 있던 율법의 돌맹이를 자진해서 내려 놓게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다시는 그런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주 앞에 눈물로 드리는, 그 사랑과 은혜에 감읍한 여인으로 거듭나게 한, 예수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한 온전히 이룬 사랑의 율법 시행이어야만 한다. 

 

예수 안에서 더 이상 헤렘/완전 진멸은 없다.

이것이 예수 안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한 <다> 이룬 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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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일가가 당한 멸문지화에 대한 나의 입장이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그리고, 만일 저런 구족을 멸하는 검찰의 무소불위 행패가 내 자녀손까지 미쳐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공포심 때문에 나는 촛불을 들었었다. 겁이 많기에 나는 무서워서 불을 밝힌 것 뿐이었다. 

 

근데, 놀랍게도 야권 대선 예비 후보인 홍준표 씨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동영상이 눈에 들었다.

 

“전 가족을 도륙[屠戮]하는 수사는 없어요.”

 

도륙[屠戮]

1. 사람이나 짐승을 무참하게 마구 죽임 2. 무참하게 마구 죽이다

 

그는 검사였다. 모래 시계(?) 검사였다. 보다 강직하고, 유능한 검사였다. 그게 그랬던, 그의 수사 원칙이었다. 율법/인정을 다 이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한 수사를 하는 것이 법조문보다 승한 인륜지도에 합한 적법 수사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튿날 그는 그 의사를 자진 거두어 들였다. 강성 지지지들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뿔난 하태경이 일시적 승리를 거뒀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의 합리적 견해조차 존중 받는 진영 논리가 내가 처한 세상에는 없다는 사실에, 그런 현실에 내 가슴이 메인다. 모두에 예로 든, 극우 개신교 유튜버들 사이에서 일었던 공방도 결국은 강경파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두 손 든 그의 진단이 보다 더 합리적이고, 교회를 이롭게할 건강한 비평이자, 대안이라고 나도 동의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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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신앙공동체도 부관참시하는 조선 시대로 회귀하고 있어 뵌다. 대법원에 가면 결코 이기지 못할 것만 같은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보지하지 못한 헤렘(herem)을 버젓이 자행하는 우행을 마다하지 않으며, 피비린내를 풍기고 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친, 아전인수식 율법주의로. 유익을 셈하는 자가 없는 마른 법정처럼.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21:25)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5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7:3-5)

 

과잉수사

별건수사 

 

과유불급

 

안이나 밖이나 

ㅠㅠ

 

2021.09.22(수) 침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