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0: 잔고증명서
2021.10.11 18:50
4130
한 때, 목사가 은행을 출입한다는 것이 심히 불결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을 했었다. 허나 돈으로 불의한 친구를 사라는 조언도 경에 있듯이 내심 돈에서 자유로운 나도 불가항력적으로 구조화 된 돈 바퀴를 타고 넘어야만 했다.
교직에 있을 때에도 나는 경리부장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공금으로 술 한 잔이라도 더 마셔야 했던 교장 선생께서 나 같이 투명한 그물로는 피레미 한 마리도 건져낼 길이 없다 여기셨기 때문이리라.
상회비 부과 통지가 날아 오면 나는 통지문을 받은 즉시 입금 처리해 왔다. 사비를 털거나, 마이너스 처리를 하면서 까지 즉각 납부를 해왔다. 서둘러 처리해야 할 빨랫감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어제 잔고 증명서를 뗀 후, 하루 지난 이 아침 득달 같이 은행 창구로 내달려 선착순 1번으로 잔금을 바통 터치했다.
홀가분하다.
죄에서 자유를 얻듯
돈 구조에서 자유를 얻는 이 아침.
적어도 사심 없이, 물질에 있어서 청백리로 살아 오게 해 주신 조물주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넉넉할 수는 없지만
결코 궁색하지 않는 삶을 보장해 주시리라는
희망으로 더욱 가볍다.
2021.09.28(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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