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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그 효용성 없는 행위에 대하여

아이히만에서 아베까지

 

정의로운 자들 중 가장 정의로운 자,로 추앙 받는 시몬 베유는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에서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1944년 3월 프랑스에서 어머니, 언니와 함께 강제 이송되어, 한밤중에 도착한 아우슈비츠에서,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빛을 내뿜던 조명기, 사납게 짖는 개들, 우리를 열차 밖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맡은 수용자들의 죄수복 등, 그녀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던 모든 것들이 

 

무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곧바로 우리는 한 줄로 세워졌고, 생사 선별 작업을 하던 저승사자 <멩겔레>박사가 간단한 손짓으로 수용소에 들어 갈 이들과 곧장 가스실로 향하는 트럭에 실릴 이들을 구분한 걸레질 또한

 

무용한 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기적적으로 우리 셋은 모두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토역질을 배정받았지만 대개는 토악질만 나오게한

 

무용한 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부조리하다고 그녀가 말한 이유는, 우리 중 일부가 해야만 했던 강제 노역은 보통 아무런 효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강제 노역이 대학살을 완수하는데 필요한 수단이 되는 활동이었기에

 

무용한 일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 지식인, 독립협회 회장을 지낸 개화·자강운동의 핵심 인물, YMCA 운동의 지도자, 기독교계의 최고 원로 윤치호의 열심도 그 의도적 변절로 굳이 사족을 달 필요가 없는

 

무용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작금 한일 경제 전쟁이 극우 아베의 ‘역사에 편입 되지 못한 피해자들의 기억’을 말살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경제 전쟁의 결과에 대한 이해 타산 이전에, 그 불순한 동기가 화해로 나아가는 역사 정립을 역행하는 우행이기에 

 

무용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섭씨 37도를 웃도는 더위에, 타인의 무용 일지를 쓰고 있는 나의 행위도

 

무용한 일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도 많은 무용한 일에 맹목적으로 투신했던, 내 무용無用담을 기술해 보는 것이 차라리

 

효용성이 있는 일일지도 모른데 말이다.

 

2019.08.05(월) 시몬 베유,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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