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일을 보내며
2008.05.20 16:56
지난 주일 주보에 "오늘은 민주화 운동기념일" 입니다. 라고 교회소식란에 써 놓았습니다.
예배 광고시간 - 역사속에서 진실과 정의를 위한 선한 싸움을 기억하는 날이 되자고 하였습니다.
다소 언짢아 하는 이들도 순간 눈에 띄었지만, 한 줄 더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하나님의 나라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투쟁을 먹고 자란다구요.
5.18을 지나면서 자주 느낍니다.
나는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운 날들"을 살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광주에서 벌어진 그 참혹한 잔혹극을 생각하면서
신군부로 지칭되는, 뒤에는 최고 통치자가 되고 권력과 명예를 맘껏 누린 그사람들의
미소를 악마의 미소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분노를 가장 강하게 느꼈던 것도 그들 때문이었다는 기억도 떠오릅니다.
그 당시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오고 가도 못하는 도시에서 , 아직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할 그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과 아비규환이 벌어질 때 , 티 브이 에서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중계되었습니다.
인간 삶의 이 부조리함 - 나라의 한 도시에서는 민주를 열망하며 생사를 내 나라의 군인들에게 침탈당할 때
여타의 나라 곳곳마다 여성을 도구화하고 선정성에 기대어 인간을 도구화하는 일이 천연덕 스럽게 벌어지는,
당시에는 저도 몰랐습니다.
재수 생활 하느라고 종로의 학원가를 서성이고, 가끔 불심검문하는 경찰들이 무지 싫어서 가끔
뻣대기도 하고, 주변의 사람들이 얘기하는 시국의 정서에 대하여 뭔가 큰 일이 벌어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었던 때였습니다.
정확히 그 광주의 장면을 본것은 86년 학교 후배가 살고있는 작은방에서 였습니다.
화면이 조악하게 편집된, 중간 중간 흐리기 이를데 없는 그러나 실감은 무지하게 나는 비디오 필름,
보다가 울컥 토함이 올라와서 급히 화장실에 갔다오면서 끝까지 보았습니다.
작년에 나온 잘 만들어진 영화보다 몇배는 더 실감나는 그림이었습니다.
한동안은 제가 전두환 처단 결사대의 선봉에 설까하는 생각도 당시에 하였습니다.
망월동 묘소- 민주화 묘역이라고 부르는 곳에 다녀온지가 한 칠년, 팔년이 된듯합니다.
이한열 강경대 비석의 글들을 읽으면서 남아있는 자의 빚진마음이 무겁게 느낀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 평화로운 묘역을 돌아보면서 과연 저들의 간절한 소망과 결의에 찬 몸짓들이 말하는 바를
들으며 살고 있나를 생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기억하기로는 그 때 추모관의 안내장에서 이러한 말들을 읽은 듯 합니다
5.18은 민주화 운동의 꽃봉오리라는 진실 그리고 잘 기억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야 하는 기억의 의미
더불어 그 운동의 보편적 가치를 삶에 뿌리내리는 현재화가 필요하다는 사실,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존재의 존엄을 지키고,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시대적 정서와 폭력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어찌 살아야 하는 지를 고민하며 살고,
예수의 삶을 실현하기 위한 성실한 삶으로 해석하고 살아야 하리라는 생각을 깊게 해봅니다.
아들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간단히 해주면서 5.18을 생각해보는 날입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7-19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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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오만은 '보도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랬습니다.
보도하지 않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보도하지 않은 진실은 진실이라 죽은 것이 아니어서 역사를 타고 오르내리며 살아 역사하고 있습니다. '보도하지 않은 진실은, 진실로 반드시 보도된다'며.
부끄럽게도, 무려 그 십년이 지난 어느 날, 5월을 맞으면서 저는 5.18을 이야기 했습니다. 교단 활천지에 그 글을 싣게된 것입니다.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싣겠다면 제목을 5.18에서 다른 제목으로 바꾸라는 활천주간의 최후의 통첩에 어찌할 바 몰라하던 편집장의 읍소가 들려 왔습니다. 그 칼질에 머리를 날린 '5.18'이 최초로 활천의 한 모퉁이에 자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비극적 사건에 대한 기독교적 통찰, 을 다룬 제글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진리의 보편성처럼, 오늘 광주의 문제는 이 땅 모든 지역의 문제로 번져 가고 있습니다. 동족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마음들이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 창조적 전망을 확대시켜 나아갑시다. 영원과 직접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항상 “지금”(Now)이기 때문입니다."
그 '5.18' 전문은 이 홈피 나눔터, '살갑게 보듬기(Ghetto 허물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