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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

돈봉투이야깁니다.
제가 마지막 스쳐지나쳤던 학교에 유능한 교감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날래고, 민첩하며 영리하기로 소문 난 교감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시골 학교와 달리 촌지가 만만치 않게 들어 옵니다. 그 촌지를 다루는 방법을 일러 드립니다. 달라고는 하지 말되 주는 것은 거절하지 마십시오. 관계가 깨집니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서울로 발령 난 동기가 여의도에소재한 학교로 부임해 갔습니다.
하루는 학부모 한분이 찾아 와서 10만원권 수표를 한장 주고 가더랍니다. 순진무구한 교사 초년병은 그 촌지를 감당할 길 없어 그 다음 날 그 학부모에게 다시 돌려 보냈답니다. 근데, 그 다음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이가 내민 봉투 속에는 10만원권 수표가 그득했다고 합니다. 그 학부모는 생각했겠죠. 어, 이 선생 봐라, 10만원이 작아, 그럼 몇장 더 쓰지.
지금은 교육혁명이 일어나 촌지는 많이 줄어 들었으나, 여전히 강남에서는 당당하게 오고 간다고들 합니다.

우리 서울중앙지방회 공식회의 회의비는 3만원입니다. 한 때는 5만원이었는데, 2만원을 줄여 3만원씩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3만원이 적정한 회의비라 여깁니다. 총회에서도 서울 지역 인사들의 경우 그 정도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헌신예배 사례비도 거절한 정방원 목사님의 결백한 모범이 부럽습니다.
그러나, 원만한 회의를 위해, 윤활유 정도의 거마비는 지불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암묵적인 거래가 관행처럼 되어 버린 현실은 타파해야겠지만, 원만한 행정집행을 위한 물질 투자는 필요하다 여깁니다.
나 혼자라면 몰라도, 내가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행정을 해 나가는 데 있어 그런 배려는 앞장 선 이의 당연한 임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돈봉투가 다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뭔가 수고한 이에게는 당연히 그 노고에 보답해야 한다는 원리는 지키되,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는 규정이 필요하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돈봉투 문제를 제기하신 정목사님이나 그분에게 사례했다가 거절 당하신(?) 분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그 원리와 규정이, 지방회 임원의 입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