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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

2008.05.09 19:40

영목 조회 수:2378 추천:60

천양희
마음의 달

 

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1942년 부산 출생

1966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1965 ≪현대문학≫에 박두진의 추천으로 <아침> 등을 발표하며 등단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수상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그리운 도시(都市)>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잠언시집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단편 소설 <하얀 달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