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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3 05:12

영목 조회 수:741 추천:28

서안나

등 /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약력: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1990). 시집-"푸른 수첩을 찢
다"(1999). 월간 "현대시" 동인. 계간문예 "다층" 편집동인.

제목 플롯 속의 그녀들 
저자 서안나 
출판 문학과경계사 / 2005
134 page / A6 /

서문
살아간다는 것은 치열함이다.
나는 얼마만큼 치열했던 것일까.

15도 각도로 기울어진 플롯 속의 그녀들

이성천(문학평론가)
1
서안나의 두 번째 시집 『플롯 속의 그녀들』은 이제 막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시인이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녀 혹은 그녀들 의 삶에 대해 기록해놓은, 일종의 서른아홉의 진술서 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마치 유령거미 가 자신의 그물망 안에 걸린 먹이를 향해 극세사 를 방사하듯, 특유의 거침없으면서도 섬세한 상상력을 분출하여 그녀들 을 둘러싼 세계의 적막한 형상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새 시집에는 제목이 환기하는 것처럼 무수한 그녀들 이 살고 있다. 특히 「위층 사는 그 여자」, 「뱀장어 그 여자 숨어 있다」, 「착한 여자」, 「천수 관음보살, 그 여자」등이 출현하는 시집의 1부는 가히 3인칭의 그녀들 에게 바쳐진 헌사라고 할 만큼 시인 자신을 포함한 여성들의 삶을 집중적을 조명하고 있다.
... ... <후략>
 
    
푸른 수첩을 찢다 [1999]
 작가 :서안나/ 출판사:다층
 총96pages/B5

서안나의 시는 의미를 철저히 밀폐시키고 자의식이 선택한 의미를 고도화시킨다. 그의 시는 정보 전달이라는 담화의 일상 어법에 일탈하여 철저히 시를 비대상화 시킨다. 일견 자폐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글쓰기는 독자에게 불친절하다는 오해와 독해력에 대한 긴장을 동시에 이끌어 내면서 비유를 중심으로 하는 그의 시 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보이고 있다.
비유가 화자의 내면을 대체화하여 표현하는 것이라면 서안나에게 있어 비유는 시 구조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여한다. 다시 말하면 서안나의 내면 의식과 일일이 대응하면서 내면에서 싹트는 감정과 경험, 추억과 풍경에 이르기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기호화한다.
그의 시의 은폐된 기호화는 산문적 호흡과 섞여 나타날 듯 보이고 보일 듯 숨어 버린다.
그의 시에는 화자의 사고와 배경, 정보와 이미지가 변형되고 굴절된 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모습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비약과 단절 역시 그의 시를 해석하는데 방해를 받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같은 그의 시적 태도는 그의 내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생각들을 결코 쉽게 보여 주지 않겠다는 완강한 자의식과 너무 쉽게 서술되고 있는 전통적 시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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