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말
2008.05.03 05:34
배한봉
나뭇잎의 말 / 배한봉
바람 불고 어둠 내려서 길 잃었네
나무야, 너는 굳센 뿌리로 대지를 움켜쥐고
팔 들어 별을 헤아리지만, 나는
네 뿌리 밑으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
길 잃은 슬픔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외로운 시간 너무도 오래 사랑하여
슬픔이 한 꽃송이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는
나무야, 네 뿌리 밑으로 별의 푸른 밝음을 묻는다네
영영 결별 없는 사랑이 되기 위해
언 땅 위에서 아직도 집 짓지 못한 벌레의 집이 되고
동행 없어 외마디 비명으로 죽어 가는 바람의 친구가 되고
나는 이제 예감의 숲에
아프고 환한 노래의 씨를 묻는다네
우포늪을 지키는 생명시인 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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