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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2008.05.11 21:21

영목 조회 수:3083 추천:49

프로스트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서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기야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안 보이는 곳에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서 있는 걸 이상히 여길 것이다.

 

무슨 착오라도 일으킨 게 아니냐는 듯

말은 목방울을 흔들어 본다.

방울 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자기 전에 몇십 리를 더 가야 한다.

잠자기 전에 몇십 리를 더 가야 한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Whose woods ther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눈 내리는 밤 숲 옆에 발을 멈추고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내가 아는 듯하다.

하기야 그 사람의 집은 저 쪽 마을에 있지만,

그는 내가 그의 숲이 눈 속에 파묻혀 가는 것을 구경하느라고

이렇게 서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리라.

 

나의 조그만 말은 농가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

일년 중에도 가장 어두운 밤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추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혹시 무슨 착각이나 일으키지 않았느냐고 묻기라도 하는 듯이

말은 목에 달린 종을 흔들어 본다.

그 종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목화송이 같은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나는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아직도 몇 십 리를

더 가야만 한다.

나는 잠자기 전에 아직도 몇 십리 더 가야만 한다. (김동성 옮김)

 

눈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여기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그의 집이 마을에 있음으로

여기 멈추어 눈이 가득한 그의 숲을 보고 있는 나를

그는 볼 수 없을 것이라.

 

나의 작은 말은

이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엔

농가가 없음에도 멈추어 선 것을

이상히 여길 것이다.

 

그는 말 방울을 흔들어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 묻는다.

단 하나의 다른 소리는 쓸어가는 바람과

솜털같은 눈송이뿐

 

숲은 우아하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내가 잠들기 전에 가야할 몇 마일의

길이 있다.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도 하구나.

물론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ㅡ

그는 내가 여기에 서서 눈이 가득 쌓이는

숲을 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리.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농가도 없는 한적한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서

한 해 중에도 가장 어두운 이 저녁에

홀로 서 있음을.

 

내 작은 말은 방울을 흔들어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지를 묻는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다만 스쳐 지나가는

스산한 바람소리와 솜털 같은 눈송이의 흩날리는 소리뿐.

 

아름답고 어둠이 짙게 깔린 아늑한 숲 속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노라.

잠자기 전에 가야할 수 마일이 있다.

잠자기 전에 가야할 수 마일이 있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요점 정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작자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 정현종 옮김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율격 : 번역시는 내재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성격 : 서정적. 명상적. 상징적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어조 : 명상적이면서도 차분한 독백조의 목소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심상 : 서술적. 감각적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구성 :

   1연   눈 내리는 밤 숲에 멈춰 섬

   2연   어둠에 쌓인 밤 숲의 형상

   3연   고요한 숲의 아름다움

   4연   다시 가야 하는 길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제재 : 눈 내리는 밤의 숲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주제 : 인생에의 명상을 통한 신비적 정취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출전 : <프루스트 시선>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몇 십 리 : 현실적인 '길'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인생길'을 상징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 그는 모를 것이다. : 남 모르게 음미해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은 이 시에서 인생의 의의를 환기하는 것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서정적 자아 스스로 음미해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 시에서 인생의 참된 의의를 환기시켜 준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방울 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 눈 내리는 소리뿐. :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울리는 방울 소리의 청각적 이미지가 신선하게 이상 세계를 보여 준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지켜야 할 약속 :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지켜야 할 약속으로 표현되어 있다. 인간은 이상(理想)의 세계를 추구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동물과는 달리 의식주라는 현실 문제의 해결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정적 자아는 단호하게 하나의 약속을 설정한다. 즉,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현자'가 되려는 약속을 한 셈이다. 그것은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잠 : 일차적으로는 말 그대로 '잠'이지만, 영원한 안식으로서의 '죽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이 시 속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이 내포되어 있는데, 그것은 작품 말미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화자는 잠자기 전에 아직도 먼 길을 더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가야 하는 길은 일차적으로는 현실적인 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인생길'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한때의 경험으로 가슴 속에 아름다움을 묻어 둔 채, 자신에게 주어진 외로운 인생길을 성실히 걸어간 뒤에 비로소 평온하게 잠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시는 일상의 체험을 아무런 과장없이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있으면서도 매우 커다란 시적 감동을 전해 준다. 그 감동은 바로 시인의 진실한 삶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프로스트의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의 시의 특징인 농촌 제재와 명상적 경향과 차분한 어조가 잘 나타나 있다. 뉴잉글랜드의 시골 풍경과 고독한 산보,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과 인생에 대한 명상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비적 서정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 서니 조랑말조차 의아해 하는 듯 목방울을 흔들고, 솔솔 부는 바람 소리와 부드러운 솜처럼 눈 내리는 소리뿐. 숲의 주인도 내다보지 않는 적막한 숲가에 서서 시인이 생각하는 것은 어둡고, 깊고, 아름다운 숲으로 상징되는 인생과 잠으로 상징되는 죽음이 오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한다는, 즉 남은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는 약속이다. 만약, 이 시가 제4연의 첫 행으로 끝나 버렸다면 그저 평범한 풍경화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마지막 3행에서 인생의 행로를 암시함으로써 자연과 인생의 더할 수 없는 조화를 바탕으로 한 명상의 경지를 보여 준다.

 서정적 자아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이 곳의 현실에 만족하며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괴롭더라도 약속을 지켜 이상을 향해 매진할 것인가 하고, 이러한 철학적인 주제를 놓고 결국 서정적 자아는 '잠자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ㅎ한다.'고 다짐한다.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시인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삶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남들이 나 자신의 노력을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라도, 나 자신의 약속을 지켜 인생의 이상을 찾아가야겠다는 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값진 것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1

 자연친화적이며, 구어적이고 회화체적인 작가의 시풍이 잘 드러나 있다. 뉴잉글랜드 출생의 시인다운 진지함을 느끼게 하며, 표현의 단순함 속에 깊은 사색을 담고 있어 도덕적인 자각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시인의 고향인 뉴잉글랜드의 겨울 시골풍경과 그 자연 속에 그림같이 그려지고 있는 고독한 나그네의 모습은 인생의 보편적 진실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되풀이하는 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시에는 오랫동안 농촌에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지어온 시인의 성실한 생활태도와 주변의 모든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하는 시인의 순수한 품격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시의 핵심을 이루는 마지막 시구 “자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를 반복함으로써, 진지하고 엄격한 시인의 인생철학을 자연스럽게 강조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소박한 농민과 자연을 노래함으로써 현대 미국 시인 중에서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손꼽힌다. 영국에서 발표한 최초의 서정시집 《소년의 의지 A Boy's Will》(1913)는 헨리 롱펠로(Henry Longfellow)의 《잃어버린 청춘 My Lost Youth》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 시집 이후 극적인 대화시집 《보스턴의 북쪽 North of Boston》(1914)을 출간함으로써 시인으로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예리한 관찰을 통한 단순한 어휘, 소박한 서정과 인상적인 표현 등으로 영국문단에서 주목받았다.
 1915년 귀국하여 뉴잉글랜드의 일상 풍물을 전통적인 수법으로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신비적 시정을 보이는 참신한 시를 계속 발표해 노년에는 미국의 계관시인적 존재로 존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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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스트의 시는, 문학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인생살이와 세상 일에 관한 논의의 과정 및 그 결과인 어떤 잠정적 결말을 보여준다. 그는 어떤 결말(생의 이해)에 이르기 위해 대화체로 또는 독백체로 얘기를 진행시키면서 독자의 정서와 정신을 그 진행과 함께 고조시키며, 그의 시적 대상인 눈, 나무, 동물, 별, 시골 사람의 기분 등에 대한 때때로 퍽 아름다운 사실적 묘사도 그런 진행 과정에서 결말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된다.

   프로스트는 자신의 시작 과정에 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의 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데 대한 얘기일 뿐만 아니라, 시는 마땅히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며, 그의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시는 기쁨에서 시작해서 지혜로 끝난다. 사랑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희열은 정적이어야 하며 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시는 기쁨에서 시작하고, 충동에 쏠리고, 첫 시행을 씀으로서 방향을 잡고, 다행한 성과나 결과를 내면서 진행되다가 생의 해명(clarification)으로 끝난다 -- 그렇다고 반드시 대단한 해명이 아니라 혼란과 맞선 잠정적 머무름에서 끝나는 것이다. 시는 대단원 혹은 결말을 가지고 있다. 비록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원초적 기분의 첫 이미지로부터 이미 예정된 -- 그리고 바로 그 기분 자체로부터 예정된 결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처음의 발상이 나중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시는 속임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전혀 시라고 할 수 없다. 시는 진행되면서 그것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며 마지막 시구에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지혜로운 동시에 슬픈 어떤 것 -- 술자리에서 하는 노래의 행복과 슬픔의 혼합(happy-sad blend)과 같은 것이다.

      (Literary Criticism in America, New York, The Liberal Arts Press, 1957, 290쪽)

   <혼란과 맞서 있는 잠정적 결말>이라는 자신의 시에 대한 프로스트의 말은, 그의 많은 시의 핵심을 스스로 얘기한 아주 중요한 말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대개 판단 보류의 상태나 단언을 주저하는 상태에서 끝나며, 자기가 두 가지 생각이나 두 가지 느낌을 가지고 있을 때, 그는 그것들을 그냥 제시할 뿐이다. 그의 시가 암시적인 이유도 그런 데 있다. 『사랑과 의문』,『풀베기』,『가지 않은 길』,『둘이 둘을 본다』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예컨대 『가지 않은 길』을 보자.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 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 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이런 얘기가 공감을 주는 이유는 <선택>과 <망설임>이라는 인생살이의 조건 ─ 우리가 나날이 겪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시에서 소리보다 주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시가 실은 주제를 뒤에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대화와 논의의 과정이 길게 이어지다가 어떤 결말(예의 그 잠정적인)에 이르기 때문이며,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그가 체험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리얼리스트란 딱지가 붙어 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진행되는 그의 시는 그가 몇 년 동안 농사를 지은 바 있는 뉴 잉글랜드의 시골에 뿌리박고 있는데, C. 데이 루이스 같은 사람은 그의 사실주의적 면모를 지적, <일하는 농부는 아무도 낭만적일 수 없다 ─ 자연에 관해서도 전혀 낭만적일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는가 반면, W.H.오든은 <자연적 대상들에 관한 프로스트의 시들은 신비적인 명상이나 환상에 초점이 있지 않고 생계를 위해 나날이 일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인간의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담장 수리』같은 시에서 그런 면을 볼 수 있는데, <저쪽은 전부 소나무이고 이쪽은 사과나무예요 / 내 사과나무가 경계선을 넘어가/ 떨어진 솔방울을 먹지 않겠지요, 하고 그에게 말합니다>라든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자작나무』)등이 그런 예일 것이다.

   프로스트에게서 우리가 또 볼 수 있는 것은 내 것과 남의 것의 구획과 소유,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원만한 사회 생활에 대한 관심이다. 대표적인 예로 『담장 수리』를 들 수 있는데, 이웃과의 이해 관계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서 <좋은 이웃>이 되려면 담이 있는게 좋으냐 없는게 좋으냐에 대해 얘기한다. 이 시에서, <담을 좋아하지 않는 어떤 것(Something that doesn't love a wall)>은 아마도 이웃 사이에 담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라고 해도 좋겠고, 그래서 담 쌓는 일을 <어둠 속에서의 움직임>이라고 부정적인 진술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 시는 이웃 사람의 말 <담을 잘 쌓아야 좋은 이웃이 된다>는 말로 끝맺고 있다. 담은 우리의 삶의 인습적인 경계과 구획, 재산상으로 말하자면 네것 내것을 구별하는 소유 관념, 사회 생활의 어쩔 수 없는 구조같은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시는 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막연하게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그 담의 긍정적 기능도 포기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역시 예의 그 양가성(兩價性)이다.

   이런 태도는 『가족의 매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죽은 아이의 매장을 둘러싸고 부부가 싸움을 벌이는데,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남편에게 덤벼든다. 제 아이의 무덤을 어떻게 제(남편) 손으로 팔 수 있으며, 아이를 묻고 와서 마치 죽은 아이를 금방 잊어 버렸다는 듯 일상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자의 신경질적인(모성애라고 할까) 반발에 전적으로 동조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남편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무덤을, 자신의 손으로 힘들게 판 남자의 말없는 마음을 우리는 단순히 비정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런 행위가 더 깊은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남자가 대체로 착하고 이성적이며 마음이 약하다는 건 그가 하는 말이나 태도로 미루어 대강 짐작할 수가 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부부의 일견 상반된 듯한 태도를 그린 이 일막극은 읽는 사람 자신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 놓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늘 겪는 일상의 한 단면을 프로스트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가족의 매장』에서 보듯 프로스트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극적(劇的)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의 시를 놓고 <시골의 극장>이라고 했듯이 그의 시에는 드라마가 있다. 대화를 통해 전개되는 시의 흐름과 등장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묘사는 우리에게 대사를 외우며 연기를 하는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부부가 싸우면서 하는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이게 되며 그 전개 과정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긴 시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읽게 된다. 즉 어떤 탁월하거나 기발한 이미지와 상상력보다는 사실적 체험을 꾸밈없이 쓰는 이야기시(담시)가 여러 편이다. 물론 이 작품도 그가 시작과정에 관한 글에서 한 말과 일치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출처 :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지음, 정현종 옮김 / 민음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Mowing

 

There was never a sound beside the wood but one,

And that was my long scythe whispering to the ground.

What was it it whispered? I knew not well myself;

Perhaps it was something about the heat of the sun,

Something, perhaps, about the lack of sound ─

And that was why it whispered and did not speak

It was no dream of the gift of idle hours,

Or easy gold at the hand of fay or elf:

Anything more than the truth would have seemed too weak

To the earnest love that laid the swale in rows,

Not without feeble-pointed spikes of flowers

(Pale orchises), and scared a bright green snake.

The fact is the sweetest dream that labour knows

My long scythe whispered and left the hay to make.

 

풀 베기

 

숲 옆에서는 한 가지 소리밖에 아무 소리도 없었는데,

그것은 내 긴 낫이 땅에 속삭이는 소리였다.

무얼 속삭였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아마 햇빛이 뜨겁다거나

고요하다는 얘기였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속삭였겠지

한가해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도

요정한테 홀려 있었던 것도 아니다.

실은 어쩔 수 없는 애착에 못 이겨

잎 끝이 연한 꽃들(파란 난초)도 없지 않은

풀 무성한 습지를 손질하면서

빛나는 초록뱀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실은 노동이 알고 있는 가장 제일 기분 좋은 꿈을

내 긴 낫은 속삭이면서 풀을 베어 놓고 있었다.

 

Love And Question

 

A Stranger came to the door at eve,

And he spoke the bridegroom fair.

He bore a green-white stick in his hand,

And, for all burden, care.

He asked with the eyes more than the lips

For a shelter for the night.

And he turned and looked at the road afar

Without a window light.

 

The bridegroom came forth into the porch

With 'Let us look at the sky,

And question what of the night to be,

Stranger, you and I.'

The woodbine leaves littered the yard,

The woodbine berries were blue,

Autumn, yes, winter was in the wind;

'Stranger, I wish I knew.'

 

Within, the bride in the dusk alone

Bent over the open fire,

Her face rose-red with the glowing coal

And the thought of the heart's desire.

The bridegroom looked at the weary road,

Yet saw but her within,

And wished her heart in a case of gold.

And pinned with a silver pin.

 

The bridegroom thought it little to give

A dole of bread, a purse,

A heartfelt prayer for the poor of God,

Or for the rich a curse;

But whether or not a man was asked

To mar the love of two

By harbouring woe in the bridal house,

The bridegroom wished he knew.

 

사랑과 의문

 

나그네 하나 저녁에 문을 두드리며

신랑에게 정중히 말을 건넸다.

선백색 지팡이를 든 그는

가진 짐이라고는 근심뿐인 듯했다.

말보다는 눈짓으로

하룻밤 재워 주기를 청하면서 그는

등불 하나 보이지 않는 머나먼 길을

돌아다보았다.

 

신랑은 문 앞으로 걸어나오며 말했다

<우리 어디 하늘 좀 봅시다,

그리고 문제 삼아 봅시다. 이 밤이 어떻게 될지,

손님, 당신과 내가>

인동(忍冬) 나뭇잎이 마당에 흩어지고

그 열매는 파랬다.

바람은 가을, 아니, 겨울을 느끼게 했다.

<나그네 양반, 그걸 알고 싶어요>

 

안에서는 신부 혼자 어둑한 데서

불을 쪼이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은 타오르는 석탄불과

가슴속의 욕망으로 장미처럼 붉었다.

신랑은 지친 길을 바라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그녀뿐이었고

그녀의 심장을 금상자에 넣어

은핀으로 꽂아 놓고 싶었다.

 

신랑은 빵 조각이나 돈 주는 걸

거의 생각하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참된 기도를 올린다거나

부자를 욕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나그네를 들임으로써

갓 혼인한 집에 슬픔이 들어와

두 사람의 사랑을 망쳐 놓지나 않을는지......

그런 생각을 신랑은 하고 있었다.

 

Revelation

 

We make ourselves a place apart

   Behind light words that tease and flout,

But oh, the agitated heart

   Till someone really find us out.

 

'Tis pity if the case require

   (Or so we say) that in the end

We speak the literal to inspire

   The understanding of a friend.

 

But so with all, from babes that play

   At hide-and-seek to God afar,

So all who hide too well away

   Must speak and tell us where they are.

 

드러냄

 

괴롭히고 조롱하는 가벼운 말들을 피해

    우리는 스스로 호젓한 장소를 마련한다,

그러나 누가 정말 우리를 찾아낼 때까지

    오, 산란한 마음이라니.

 

그런 경우 마침내

    어떤 친구의 이해를 부추기기 위해

사실을 말하는 걸 필요로(또는 우리가

    그렇게 말한다) 한다면 그건 애석한 일이다.

 

허나 다 똑같다, 멀리 계시는 신을 상대로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애로부터,

너무 잘 숨은 나머지 자기들이

    어디 있는지 우리한테 말해야 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Mending Wall

 

Something there is that doesn't love a wall,

That sends the frozen-ground-swell under it,

And spills the upper boulders in the sun;

And makes gaps even two can pass abreast.

The work of hunters is another thing:

I have come after them and made repair

Where they have left not one stone on a stone,

But they would have the rabbit out of hiding,

To please the yelping dogs. The gaps I mean,

No one has seen them made or heard them made,

But at spring mending-time we find them there.

I let my neighbour know beyond the hill;

And on a day we meet to walk th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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