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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예식설교 1325: 축사/인천동 늘푸른교회

2013.06.16 23:26

김성찬 조회 수:1725 추천:19



영혼일기 1325 : 축사/인천동지방회 늘푸른교회 최병문 목사

2013.06.16(주일) 

 

오늘 오후 4시 인천시 부평구 병방동 134-24에 위치한 늘푸른교회에서 임직식이 있었다.

담임 최병문 목사는 제103년차 총회 지방회장단 동기다.

 

몇 주 전에 최목사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자기네 교회 임직예배가 있는데, 와서 축사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기꺼운 맘으로 그 요청을 감사히 받아들였었다.

늘 나직하고 은밀하게 우리 동기회에 대 한 애정을 표현하는 친구 목사의 요청이 참 고마웠기 때문이다.

 

제103년차 동기회의 연대.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 혈연, 지연, 학연을 뛰어넘는 그곳에 제103년차 연대의 신비가 숨어 있다. 우리는 그저 편하고, 부담 없고, 그냥 좋아 어울리는 기이한 교제의 마당을 함께 펼쳐가고 있다. 우리는 성령 안에서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일만 나누는 친교 공동체다.

 

思無邪(사무사)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 그렇다. 우리 제103년차 지방회장단 동기들의 연대의 비결은 바로 그 순수에 있다. 순수함이 우리들의 교제의 생명이다. 동기 최병문 목사는 그런 103년차의 맛이 그리워, 회장을 맡고 있는 나를 자기네 교회 임직식에 불렀을 거다. 자기네 지방회 인 천동지방회에도 축사를 맡길 분들이 적잖았을 텐데도, 연고주의를 뛰어넘는 동기애로, 그 순수로 나를 부른 것이다.

 

그러나 막상 축사를 준비하려고 들자, 어려움이 앞섰다. 축사나 격려사 또는 설교까지도 해당교회 형편과 처지를 어느 정도 알아야 적절한 내용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런데, 동기 최병문 목사는 멀리서 서로 좋은 감정만 가지고 있 었지, 내가 그분의 목회에 대하여 아는 바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축사를 했던 원고들을 짜깁기하는 수준으로 준비를 했다. 

 

그 교회는 멀고도 가까웠다. 의정부에서 일산 쪽으로 난 준 고속도로를 쾌속으로 통과해 무려 50여 km나 떨어져 있는 늘푸른교회에 50여분 만에 도착했다. 교회는 상가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임직예배가 시작되었다. 나는 임직예배 순서를 맡은 분들이 간간이 내뱉는 그 교회의 역사를 귀동냥했다.

 

늘푸른교회는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교회였다. 줄곧 성장해 가며 눈물과 기도로 세운 교회당이 IMF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오늘 세운 한 분의 장로와 네 명의 권사는 그 역경의 세월을 함께 했던, 그루터기들이었다. 그리고 장로장립 시간에 최병문 목사는 30년 만에 최초의 장로로 장립 받게 된 방제이 장로를 앞에 세우고 이렇게 말했다. “방제이 장로가 없었다면 늘푸른교회도 없었고, 방제이 장로가 없었다면 나 최병문 목사도 없었을 것입니다.” 가슴이 아렸다. 순간 내 안에서 속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후 자신이 자기 가족 소개를 하면서, 목회를 관 두려도 했을 때에도, “목사님 목회니까 목사님 원하시는 대로 하시라”며 자신은 오직 기도에만 매달려 오늘에 이르게 한 아내(사모)를 최목사는 하객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최병문 목사가 나를, 아니 성령께서 나를 늘푸른교회 임직식 축사를 맡기신 이유를 나는 그제야 확실히 알게 됐다. 동병상련의 아픔이 전이 되어 옴을 느꼈다. 그러나 그 교회는 그래도 우리 교회보다 실력이 더 나은 듯해 보였다. 나도 바로 최목사가 곤두박질을 쳤던 그 무렵부터 대인공포증에, 깊은 우울증에, 사명 무력증에 시달려 온 것임에 틀림없다. 그도 아직 완치되어 뵈지 않았다. 사회를 보는 내내 그가 내 비친 자괴감 같은 것이 드러나 뵀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나처럼 지방회장을 역임했고, 그 행정직에 투신하면서 다소 자기 존재감을 다소 회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나처럼. 그리고 그 회장단에 소속되어 나를 만났고, 그는 본능적 촉수로 나를 자기의 위로 삼았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는 나의 전적인 상상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차별도, 염탐도 하지 않는 무사한 103년차 동기회를 통해 그는 위로를 받아 왔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는 그의 기사회생의 임직식을 앞두고 나를 기억해 냈고, 호출해 댄 것이리라. 과부가 과부 속을 안다고, 나는 그의 30년 만의 최초의 용기 있는 임직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러나 한 편 아직도 나를 완전히 세상에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그에 비하면 멀었다고 생각했다. 언제 나는 내 베일을 스스로 벗어 버리고, 창공을 나는 새처럼 자유함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언제 내가 타인들의 숱한 임직식에서 받은 대접을, 그 빚을 나도 흔쾌히 갚을 수 있을까? 내 옥창에 언제 새 빛이 임할는지. 옥창에 깃든 모든 것은 나의 신(神)이었다. 그 옥창에 깃든 견공 아지가 이제 제 수명을 다해 가는가 보다.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 세월도 훨씬 넘긴 세월 동안 미물 아지는 우리의 위로의 신(神)이었다. 그 녀석이 이젠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그 아이는 나와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보낸, 하늘 아버지가 보낸 위로의 전령이다. 그 전령이 이제 사명을 마감하려 하고 있다. 그 사명이 마감하는 날, 나와 우리는 저 푸른 창공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까? 독수리 같이. 주를 앙모하는 독수리 같이. 주를 앙모하면서. 

 

축사 시간에 그 누구보다도 최병문 목사 부부를 축하해 줬어야 했는데, 그만 임직자에게만 초점을 맞춰 버렸다. 그분들을 앞으로 모셔서 축하와 박수를 선사했어야 마땅했다. 그분들의 열정 Passion 즉, 성만찬과 죽음 사이에 예수께서 당하신 고통이 바로 최병문 목사의 몫이었기 때문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늘푸른교회는 오늘 임직식을 통해 다시 새 힘을 얻었을 것이다.

 

나는 임직자들에게 마가복음 2장 사건을 배경삼아 그들이 해야 할 임무를 축사 마지막에 일러줬다. 가버나움 어느 한 집의 지붕을 뜯어가면서까지 예수님께 중풍병자를 메워 가지고 왔던 네 사람이야기였다. 오늘 임직자는 장로 한 분, 권사 네 분이다. 나는 병고침을 받으려고 예수께서 머무신 집을 에워싼 무리들을 헤치고, 예수께 나아간 사람들이 다섯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중풍병자를 네 사람이 네 귀를 잡아 메워가지고 나아 갈 때, 그 앞에 그들의 길을 열어 준 한 사람의 향도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병든 자를 늘푸른교회 강단으로, 최병문 목사 앞으로, 예수 앞으로 메고 나올, 오늘 임직 받은 네 사람의 권사와 그들의 길을 앞서서 열어 줄 향도로서의 장로 한 분을 나는 묵상 중에 생각해 냈다. 그들이 앞으로 최병문 목사를 도와 뭇 영혼들을 구원할 한 바가지 구원의 마중물이요, 부훙의 마중물이요, 순종과 충성의 마중물 되기를 축원했다. 그들의 한 순종과 충성이 성령께서 최병문 목사를 통해 이루길 소망하는 늘푸른교회의 부흥을 위한 한 바가지의 물(calling water)이 되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다시 한 번 더 최병문 목사부부의 목회 분투를 축하하며, 

끝내 소망의 인내로 승리하는, 

부활의 산 증인이 되길 간절히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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