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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일기 1269 : 난장(亂場) ㅡ 서울신대 총장 선거전에 대한 고언(苦言)
2013.04.24(수)

 

작금, 서울신학대학교가 난장(亂場)이다.

난장(亂場)이란, 여러 사람들이 뒤엉켜 함부로 떠들거나 덤벼 뒤죽박죽이 된 곳을 지칭한다. 그런데 거룩한 선지동산이 난장이라니. 이런 내 지적에 그곳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나, 관계자들은 매우 기분이 나쁠 거다. 그러나 흥분하지 마라. 그런 반응은 난장(亂場)이란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모른 무지의 소치다. 본디 역사가 폭로한 바에 의하면, 난장(亂場)이란, 예전에 선비들이 질서 없이 뒤죽박죽으로 들끓어 떠들어 대던 과거 시험 마당을 지칭한 단어라고 한다.

 

오늘, 2박3일 횡성에서 열린 서울신학대학교 총동문대회를 다녀왔다. 당연히 서울신학대학교 총장을 비롯한 교수들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대회를 빛내기 위해 그분들은 마땅히 참석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이 착잡했다. 그 이유는 그와는 별개로, 바로 그 현장에서 우리는 난립한 총장 후보들을 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9일 있을 총장 선거에 무려 10여 명이나 되는 이들이 후보로 나섰다는, 도시 믿기지 않은 풍문을, 불행하게도 그곳에서 우리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수치스런,

 

들은 바에 의하면,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가 35명이라고 한다. 그중 무려 1/3에 달하는 10여 명의 교수들이 금번 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단다. 과연 어느 학교에서 이런 기이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을는지? 그래서 난립이고, 난장이다. 그래 불행하게도 이게 ‘전(全) 교수의 총장화(化).’ 그 권력 지향의 끝을 보여 준, 학자로서의 자긍심을 집단으로 팽개친 우리네 수준이라는 말이다. 드러난 현상이 감춰진 본색을 규정한다. 한마디로 천박한, 무엇이 값진 것인지 분별하지 못한 가치 전도 된 교수 사회의 형이하학적 현실을 극명하게 표출시킨 사태다. 요담의 우화조차 기억해 내지 못한 저들은 초보적 성경 지식조차 없어 뵌다. 진리 탐구에 일생을 건 학자로서의 자긍심이란, 지식 상인(경영인)에 불과한 총장직 정도와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학자로서의 자부심을 당당하게 표출한 기개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어디에서 그런 위엄을 찾아 볼 수 있을까? 누가 그랬다. 사학 명문에서 총장을 역임했던 S모 박사가 서울신대 총장 후보의 난립에 놀라며, 자기네 경우 백년 넘는 역사에 총장 후보로 세 명 이상이 나서 본 적이 없다며, 실소를 금치 못하더란다. 수치스럽다.

 

애석한,
 
교수가 연구실을 떠나 총장 후보로 나섰다는 말은, 이미 학문 연구에서는 손을 뗐다는 공개적 선언이라고, 나는 받아들인다. 애석하다. 이 시대의 혼미는 성서 언어가 빛을 잃어 버린 데 있다. 밤을 밝히며 성서 언어를 탐구해야 할 학자들이 양광(陽光)을 좇아 집단 탈주를 감행 한 학문의 전당. 우리에게는 스승은 없다. 뼈와 살의 관계에 있는 신학교와 교회. 학문에 매진하는 학자가 없는 교회는 무골탑(無骨塔)에 불과하다. 오늘 한국 교회의 무기력은 신학적 상상력과 묵시론적 비전이 없는 신학교 강의실에서 기인했다. 교회의 뼈대가 되는 신학교에서 교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행정직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학문의 전당인 학교는 어디로 가며, 신학의 산물인 교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 봄, 난장(亂場) 된 그 교정엔 화신(花信)도 더디다.

 

후보 간의 격조(格調) 없는 난립

 

사람을 때리며 다투는 복싱 경기도, 최소한의 룰이 있다. 적어도 체급이 있다. 헤비급이 핀급과 다툴 수 없듯, 핀급도 헤비급에게 덤비지 않는다. 마땅히 다툴만한 체급의 선수들끼리 경기를 치루는 것. 그것을 격조(格調)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작금 우리는 체급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막가파식 전투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후보 간에 상대를 존중하는 격조 있는 매너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질서 없이 뒤죽박죽 들끓어 댄 난장. 교수라고 다 똑같은 체급일 수 없다. 자기 체급을 분간 못하고 나선 행위는, 마땅히 다툴만한 분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 관전하는 이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래서 관전자는 매우 불편하다.

 

난립을 부추긴 이사회

 

서울신대 이사회는 총장 선출을 위한 선거, 제 1차 투표에서 1인 2표제를 택했다고 한다. 절묘한 자작(自作) 꽃놀이 패다. 난립을 잠재워야 할 이사회가 앞장서서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 1인 2표제에 뒤에 숨어 자신의 속셈을 적당히 감추면서, 혼미를 부추겨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일종의 꼼수다. 숱한 경우의 수를 가능케 한 난립의 토양 된 이사회.

아서라,  
정면 승부, 단판 승부, 진검 승부를 해라.

 

체급 미달, 자격 미달인 후보들이 서툴러 퇴장하도록 격조 있는 선거 룰과 공명정대(公明正大)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자세를 견지하라. 후보 난립을 막을 제도적 보완을 위한 긴급동의를 발하라. 그리고 총장을 한 회기 이사회에서 두 번이나 뽑는 권력 강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총장과 이사회의 임기 그 연한을 일치시켜서, 이사회는 단 한 번 총장 선임에 관여한 후, 자신들이 뽑은 총장을 도와 그 결과를 함께하는 책임행정을 구사하라.

추신(追伸):  
 
총장직 무용론을 말함이 아니다. 총장의 권위를 세워주는 격조를 갖춘 교수회, 이사회가 되길 바라는 충정으로, 감히 고언을 드린다. 착한 일을 우리 가운데서 시작하신 이가 이 일에도 구체적으로 간섭해 주시기를 소망하며, 씁쓸했던 그 로비, 동문 대회를 다녀 온 한 사람으로서 관전평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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