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은빛 낙조



영혼일기 1086: 축사 - 순교자 고(故) 문준경 전도사님 추모예배
2012.10.05(금)


증도에 왔다.

어제 목포에 먼저 와서 고향 교회와 지인들의 환대 속에 하룻 밤을 보낸 후,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 제 62 주기 추모예식에 참석했다. 설교자 박훈용 목사님은 올바른 영성이란, 삼위일체적 영성이라고 말씀하시며,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거듭나고 성령, 세례를 받고, 성령을 체험하고, 예수그리스도의 증인되는 삶을 사는 실천적 영성이 갖춰질 때 온전한 영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문준경 순교기념관에서 치러진 그 행사에서 나는 교단 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축사를 했다. 행사 후, 나는 몇몇 분들과 증도를 다시 돌아보고, 해저유물선 레스토랑에서 농어회에다가 특히 별미 병어 찜으로 입맛을 돋웠다. 한국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해안에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동시에 누렸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증도는 오늘 천사의 섬으로 영육간에 부요를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감사하고, 신난 하루였다.

 

축사 - 순교자 고(故) 문준경 전도사님 추모예배


저는 이 시간, 조사가 아닌 축사를 합니다.

우리는 이 시간 애곡(哀哭)하지 않고 찬송을 부릅니다. 죽은 사람을 슬퍼하지 않고, 경사스러운 일인 양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우리는 영결식을 천국환송예배로 드리는 천국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죽어 다시 사는 은혜가 우리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분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산자의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시간 다시 순교자 고(故) 문준경 전도사님 추모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시간 순교자를 추모하면서 그리워하며, 잊지 않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 시대는 영감을 상실한 시대입니다.

‘Solution을 넘어 Inspiration을.’ ‘꿈 전도사,' 김수영 작가의 꿈입니다. 문제아에서 꿈의 기획자가 된 그녀는 이 시대에 지구촌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나는 그녀의 시대 진단에 동의를 표합니다. 이 시대가 잃은 것은 영감입니다. 영성을 이야기하는 신학교와 그 실천적 현장인 교회가 세상에 영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감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교회를 교회답게 해서, 세상을 살만한 세상 되게 하는 예지력 같은 것입니다. 찢기고, 나뉜 세상을 하나의 몸같이 가까운, 옴살스런 삶을 우리 안에서 구현해 내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힘이 없습니다. 외형적, 수적, 물량적 힘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류의 힘은 세계 교회사에 있어 입때껏 없었던 막강한 힘을 한국 교회는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힘이 교회엔 없습니다. 세상과 구별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구별되는 영감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영감(靈感), 삶과 신앙에 절망하여 엠마오로 내려가던 제자들이 그림자처럼 그들을 따르던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다가, 말씀 속에서 죽음을 이긴 부활의 영감을 얻자, 뜨거워진 감동을 안고 뒤돌아섰습니다. 제 자리로 원위치 했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원위치 했습니다. 예루살렘, 선지자들이 그 성 밖에서는 죽지 않는다는 순교자의 자존심이 걸린 땅 예루살렘으로 다시 뛰어 돌아갔습니다. 영감의 근원은 우리로 하여금 본질로 돌아서게 합니다. 그 영감을 받은 자는 돌아서는 자입니다. 돌이켜 순교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교회의 본디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순교자의 사명을 되찾은 것이 영적 감동입니다.

영감은 산자만의 몫입니다. 죽어 다시 산자의 몫입니다. 우리가 순교자 고(故) 문준경 전도사 추모예배를 축하하는 이유는, 그의 부활이 영감을 상실한 이 시대에 유한한 상대주의적인 세속주의와는 다른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절대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이념의 희생자나, 지역 감정의 피해자가 아니었습니다. 물신주의의 희생양도 아닙니다. 절대 신앙에 굳게 선 참 죽음으로 영원히 다시 사는 기적을 구현해 내셨습니다.

21세기 새 천년을 여는 이 시점에 그 순교의 영감을 한국교회가 다시 맛보게 된 것은, 하늘이 쇠락해 가는 한국 교회에 허락하신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 마지막 기회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십자가의 고개턱이 제 아무리 어려워도 주님가신 길이기에 내가 어찌 못 가오랴

일제강점기 신앙의 절개를 지킨 고 박봉진 목사님, 최초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강경교회 김복희 교사와 57인의 학생들. 동족상잔의 비극을 빚은 6.25동란 통에 꽃피운 정수일 집사님을 비롯한 병촌교회 66인의 순교자, 윤임례 집사님을 비롯한 두암교회 23인의 순교자, 원수를 사랑한 이판일 장로님을 비롯한 임자 진리교회 48인의 순교자, 순교로 끝까지 믿음을 지킨 하리교회 임광호 전도사님 그리고 오늘 문준경 전도사님의 순교의 영성을, 우리는 오늘 우리 신앙의 영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선교 2세기 우리에게 다시 계시된 순교 성지, 그 길을 걸음으로써 십자가를 지심으로만 행복했던 사나이 예수를 좇는 이들에게 임하는 희열과 결단을, 오늘 우리 것 삼기를 소망합니다. 헌옷 벗듯, 주를 위해, 교회를 위해, 성도들을 위해,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흔연히 버린 한 알의 밀이 거둔 풍성하고 알찬 신앙의 열매들을, 우리들의 영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자랑할 것이 없는 부득불 할 일(고전9:16)”이었던 믿음의 선진들의 ‘순교’를, 우리도 ‘살아 부득불 할 일되게 해야 할’ 것입니다.

Ad Majorem Dei Gloriam!
하나님의 보다 더 크신 영광을 위하여!

신앙의 유지는 되돌려 줄 수가 없습니다.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님은 지금 우리 곁에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분에게 되돌려 줄 수 없는 신앙의 유지를 우리는 묵묵히 받들어 모실 이유만 있습니다. 이 시대에 힘들고 어려우나 감사한 맘으로 그 순교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이름도, 빛도 없이 오늘까지 맡아 수고를 아끼지 않은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사업회의 노고를 치하드립니다.

그 은혜를 오늘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리며, 순교자 고(故) 문준경 전도사님의 추모예배를 축하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1242: 부활의 아침에 김성찬 2013.03.31 581
112 1241: 깊음에의 복무 김성찬 2013.03.30 469
111 1239: Good Friday 김성찬 2013.03.29 523
110 1233: 설교/날마다 김성찬 2013.03.24 778
109 1181: 여호와는 나의 현찰이시니……♫ 김성찬 2013.01.13 871
108 1157: 아름다운 이야기 다섯-구(舊) 강경성결교회 환원기념예배에서 file 김성찬 2012.12.20 1134
107 1088: 서교련 연합체육대회 설교문 [4] file 김성찬 2012.10.08 733
106 1087: 순교기념주일 설교문 secret 김성찬 2012.10.06 6
105 1086: 역사편찬위 축사 - 순교자 고(故) 문준경 전도사님 추모예배 김성찬 2012.10.05 800
104 1073: 사랑의 시제 -요일4:17절 묵상 김성찬 2012.09.24 606
103 1065: 남자의 변신도 무죄다!(주일 설교) 김성찬 2012.09.16 917
102 1034: 기도의 미래(주일설교) file 김성찬 2012.08.12 865
101 1088: 서교련 연합체육대회 설교문 [4] file 김성찬 2012.10.08 825
100 1087: 순교기념주일 설교문 secret 김성찬 2012.10.06 5
» 1086: 역사편찬위 축사 - 순교자 고(故) 문준경 전도사님 추모예배 김성찬 2012.10.05 615
98 1017: 축사 이문동교회 임직식 file 김성찬 2012.06.17 1644
97 1001: 역사12-발간사 : 순교성지탐방 가이드북 file 김성찬 2012.05.17 777
96 963: 부활의 참 권능이란(주일설교) secret 김성찬 2012.04.08 131
95 940: 아가(雅歌), 아∼ ‘그 아가’ 2(주일설교) 김성찬 2012.02.26 854
94 962: 축사-아엠씨처치 설립예배 김성찬 2012.04.08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