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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제 74주년 광복절에 부쳐

 

참되고, 옳은 의사 소통의 장이길—, 

 

작금, 한∙일 간에 있어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증언이 보다 더 중시 되면서, 우리는 과거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현재 상황과 관련되어 재해석하는 작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다(All history is contempory)”라는 명제를 내세웠던,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대항했던 이탈리아 역사철학자 크로체(Benedetto Croce, 1866~1952)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명제는 내건 20세기 가장 뛰어난 영국의 역사철학자 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음을 본다.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contemporary history)이다. (중략) 모든 역사적 판단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실천적 요구이기 때문에, 모든 역사에는 현대의 역사라는 성격이 부여된다. 서술되는 사건이 아무리 먼 시대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역사가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현재의 요구 및 상황이며, 사건은 다만 그 속에서 메아리칠 뿐이다.(크로체(Benedetto Croce, 1866~1952)) 

 

그렇다. 역사는 현재를 있게 한다.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다

 

한∙일 경제 전쟁이라는 현재를 있게 한 강제 징용 사건은, 우리가 역사에 대해 무지했고, 외면했던 역사적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우리의 그 무지란 일본 제국주의와 일제 부역자(토착 왜구)들이 은밀히 행한 조직적인 은폐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오늘 우리에게 역사는 열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더 깊이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그 은폐의 본질이 한나 아렌트가 1961년 12월 예루살렘에서 열렸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전범 재판 과정을 취재하면서 발견하게 된, ‘악의 평범성’과 ‘사유의 불능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본다.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아이히만에게 이렇게 선포했다. “당신의 죄는 ‘사유 불능성’, 그 중에서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다.” 

 

이는, 유대인 600만 명을 국가 주도로 치밀한 계획 하에 대학살한, 가공스런 희대의 만행을 벌인 책임자가 ”국가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을 열심히 이주시켰을 뿐”이며, “만일 명령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면 분명 양심의 가책을 받았겠지만, 나는 그저 법을 준수했을 뿐이니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으며 죄가 없다.”고 항변하는 아이히만의 왜곡된 칸트의 정언명법을 경청하면서, 절망한 아렌트의 탄식이었다.  

 

그러나 칸트의 정언명법, “자신의 의지의 원칙이 항상 일반적 법의 원칙이 되게 하라.”는 명제를 바르게 해석한 역사는 아이히만의 왜곡된 신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직도 한∙일 간에는 인류의 보편적 법의 원칙을 따르라는 역사 해석과 경제 강국임을 과시하며, 신(新) 군국주의의 악법을 추종하는 가미가제식 억지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이 또한 ‘악의 평범성’이자, ‘피해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유불능성’ 환자인, 아베로 대표되는 일제의 후손들은 차치하고, 오늘 우리의 역사바로세우기에 있어서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우리 민족 안에 똬리를 튼, 토착 왜구라고 당당하게 자칭하는 이들의 그릇된 역사 인식이다. 그들 사상의 뿌리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있다. 황국 신민으로서의 복종과 충성을 그들은 독립문 앞에서도 서슴지 않고 맹서하고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는 나치 독일의 전쟁과 홀로코스트의 도덕적 파탄에 대한 비판적 성찰조차 없는, 침묵하는 독일의 지성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홀로코스트가 다시 벌어지지 않으려면, 통렬한 반성과 함께, ‘권위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비판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주창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의사소통 행위이론, 합리적 의사소통에서 찾았다.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변화가 역사발전을 의미한다.”(위르겐 하버마스) 

 

우리가 올바른 현대의 역사를 쓰려면, 하버마스의 제안대로 누구나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규범  - 참되고(진리성), 옳고(정당성), 진실되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주고받은 의사소통의 장을, 우리는 우리 안에서 열어가야 한다.  

 

역사 발전은, 어느 뛰어난 한 개인이 아닌 다수, 즉 촛불혁명을 이끈 의사소통의 광장, 그 민주 시민의 힘으로만 이끌어낼 수 있다. 다행히, 그동안 은폐 되어 왔던 역사적 사실이 사이버 광장(SNS)을 통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으로 확산 되어가고 있음을 본다. 

 

역사상의 사실인 강제 징용 당했던 피해자들의 증언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동시에 참되고, 정당한 역사가들의 해석이 의사소통을 주도해 나아가고 있다. 

  

부디, 이 시린 우리네 역사적 사실(史實)이 누구나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사관(史觀)에 입각한 역사 서술로 확고하게 정립되길 바란다. 

 

하여, 그 변증법적 종합으로서의 역사 서술이 우리의 바른 미래를 여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의 정신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현대의 역사 (contemporary history)이길 소망한다. 

 

2019.08.15.(목) 제74주년 광복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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