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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타난 사회복지 사상

2008.06.18 05:44

오해춘 조회 수:905 추천:24

성경에 나타난 사회복지 사상

1. 들어가며


  모든 종교는 경전을 가지고 있다.  그 경전을 통해 그 종교의 배경과 기본 사상을 알  수 있다. 종교의 경전들은 천국과 지옥이라고 하는 초월적 세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상에서의 바람직한 삶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성경의 잠언과 불교의 법화경과 같은 도덕과 윤리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경전도 있는가 하면, 구체적인 생활습관을 제시하고 있는 경전도 있다. 경전에는 사회복지 사상 역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종교의 기본 속성에 해당된다.

  그러나 종교의 발생지역과 시대에 따라 그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불교의 경전에 나타난 사회복지 사상이 기독교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도 있는 반면, 어떤 경우는 상호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쪽에는 구체적인 구제를 지시하고 있는 반면, 한 쪽에서는 구제보다는 수행을 중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의 사상이 더 옳다고 속단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각각의 종교가 태동한 문화와 사상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는 어떤 종교나 제한적인 경전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그 자체에 호소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을 통해 사회복지 사상을 살펴보려고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성경의 복지사상은 여러 가지 실례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이다.  수천년 전에 팔레스틴 땅에서 발생한 야훼신앙과 그리스도사상에서 표현된 갖가지 복지사상은 우리 실정에 모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바람직한 삶을 목표로 한 인간애(人間愛)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2. 구약성경에 나타난 사회복지 사상

 

1) 십계명에 나타난 사회정의 사상


  구약성경에 나타난 사회복지 사상은 십계명에 압축되어 있다. 출애굽기(출20:1-17)과 신명기(신5:7-21)에 기록된 십계명은 둘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십계명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시내산 계약을 통해 이스라엘은 신앙공동체가 지켜 가야 할 기본 규범을 마련했다. 이 계약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이 야훼신앙 중심의  종교 공동체로 결집되면서 보다 강력한 정치집단으로 변모하였다. 십계명의 처음 네 계명은 하나님에 대한 경배의 태도를 지시하며, 다음 여섯 계명은 사람 사이의 윤리적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헌법과도 같다. 삶의 기본 정신을 십계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십계명이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상황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이것은 일종의 모법(母法)으로서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대전제에 해당된다. 따라서 십계명 외에도 개별 사건의 심리에 적합한 상황법이있다. 구약성경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상황은 그들의 사회복지 사상을 찾아 볼 수 있다.

오늘날처럼 구체적으로 사회복지 제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공동체가 지향했던 복지 사상은 여러 가지 법률 규정을 낳았다.

  십계명의 후반 여섯 계명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복지사상과 인권존중사상이 있다. 그 가운데 첫 계명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이다.(출20:12) 부모를 공경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땅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며, 노인에 대한 공경이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첫 번째 비결이다. 고대사회에서 오래 사는 것 자체만으로 신의 축복으로 인정하였다. 요즘도 장수한 사람의 죽음을 호상(好喪)이라하여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잠언서에서도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고 있다.(잠언23:22-26) 자신의 부모를 저주한 자는 생명의 등불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부모를 죽인 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출21:17)

  십계명은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특히 이웃을 불리하게 증언하지 말 것과 물건을 탐내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은 무엇보다도 사회정의 구현을 역설하고 있다.



2) 생활법에 나타난 인권존중 사상


  성경에는 히브리 사람을 종으로 부릴 경우 안식년이 되면 그를 자유인으로 해방시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종이 되어 칠년 째가 도면 안식년이므로 그를 해방시키되 빈손으로 내보내지 말고 먹을 것과 거처를 마련하여 내 보내야 했다. 종살이를 하면서 얻은 아내와 함께 해방되어야 하며 자유인이 될 수 있는 종이 상전과 함께 살기를 고집하면 그를 영원히 종으로 만드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출21:1-11) 따라서 어느 누구도 사람 아래서 영원한 노예가 될 수 없다.(21:10-14)  비록 한시적으로 노예로 부렸을지라도 그 인권마저 무시하거나 생존의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신15:12-15, 출21:1-11)

  생활에 있어서 소유권문제와 배상에 대한 성경의 규정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밝히고 있다.(출21:26-22:15) 예를 들면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 줄 때 이자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출22:25) 성경은 자본주의 경제원리보다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공정한 분배를 추구한다. 최소한의 사유재산을 인정하므로 능력에 따라 재산권을 행사하게 하면서 동시에 가난한 사람이 영원히 가난하게 살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레위기에서 추수할 때 곡식을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땅에 떨어진 이삭도 주워서는 안된다. 포도원의 열매를 모두 따서는 안되며, 가난한 사람과 외국인을 위해 남겨 두어야 한다.(레19:9-10)

  성경은 인간이 영원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하고 서로 돕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므로 복지사회는 건설된다.



3) 토지제도와 희년사상에 나타난 사회정의 사상


  이스라엘에게 있어 땅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다. 그 땅에서 나오는 소산물은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공동 재산인 땅은 특별한 관리를 요구한다.  땅을 영원히 팔지 못함은 우리 모두 일시적인 나그네이기 때문이다.(레25:23) 어떤 사람이 가난해서 땅을 팔았으면 가까운 친족이 와서 그 땅을 되찾아야 한다. 만일 그 땅을 되찾을 사람이 없으면 부유해질 때까지 그 땅을 가문에 환수해야 한다.(레25:23-27) 이것은 땅을 공동소유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식년은 이스라엘에게 해방의 해이다. 일주일 째 되는 안식일이 되면, 일을 하지 않고 쉬어야 하듯이, 안식년이 되면 육 년 동안의 수고를 잊고 편히 쉬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제 칠 년에도 땅은 쉬어야 하며, 경작하지 않은 땅에서 자연적으로 난 곡식도 거두어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종들과 나그네들과 들짐승들의 몫이다. 안식년을 일곱해 보낸 다음 해, 즉 50년째 되는 해는 희년이다. 희년이 되면 온 나라에 자유를 선포하고 억눌린 자들과 노예가 된 자들은 가족에게로 돌아간다.(레25:8-11) 이스라엘의 희년사상은 복지사회의 초석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4) 신명기의 인권존중 사상


  구약성서의 신명기 안에서 우리는 사회복지의 근간이 되는 인간존중사상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각 성에 재판관을 두어 공의로 백성을 다스릴 것을 명하고 있다. 재판관이 잘못 판단해서는 안되며, 뇌물을 받아서도 안되며, 뇌물은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여 의인의 말을 공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신16:18-20)

다음으로 도피성제도이다. 신명기서는 우발적으로 살인한 사람을 보호하는 고대 근동의 법을 보복법이 있다. 이 보복법에 의하면 살인한 사람은 살인자의 형제나  가까운 친족에 의해 보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복법은 의도적인 살인이 아닌 경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살인자를 죽음으로만 다스리는 고대의 법은 이제 더 이상 인권을 지켜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신명기 저자는 도피성 제도를 강조하고 있다. 신명기19장은 구체적인 예까지 명시하며 실수로 살인한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사회가 그를 보호해 줄 것을 말하고 있다.

   신명기는 여성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혼 후 아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장로들에게 가서 하소연할 수 있다. 아내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남자가 있을 경우, 여자의 아버지는 처녀성을 밝히는 표가 있다면, 아내를 모함한 남자는 벌금을 내고 여인의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신22:13-19) 여자가 성 밖에서 강간당하면 남자만 처형하고, 성안에서 통간하면, 남녀 둘다 처형하게 한다.(신22:23-27) 이 경우 여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정으로 약자인 여자가 보호받으려면 소리를 지르면 예외일 경우도 있었다.

  신명기에서 십일조 정신에서 인간존중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신명기 26:12-15은 땅의 소산을 삼 년마다 바치는 십일조는 제사장 가문의 레위인과 외국인, 고아와 과부를 위해 바쳐져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결국 약자와 가난한 자 그리고 소외된 자를 위한 사회구제기금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 신명기의 십일조 정신이다.

 


3. 신약성경에 나타난 사회복지 사상


  예수님은 많은 병자를 치료하시고 여러 가지 이적을 행한 하나님의 아들로 묘사하고 있다. 헐벗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는 예수의 대강령은 신약성경의 중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마22:36-39)  사도행전은 초대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구제사업으로 인해 교회조직이 제도화 된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제 사업에 몰두한 나머지 복음증거를 소홀히 하게되자, 일곱 집사를 택해 구제사업에만 전념하게 하였다.(행6:1-6) 바울은 궁극적인 복지를 역사 속에서 인간성의 회복으로 보고 있다. 즉 인간역사, 인간 존재의 참된 역사, 모든 사람 각자가 체험하게 되는 역사,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의 참 본질을 획득하게 하는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1) 복음의 본질과 사회복지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예수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 하나님 나라를 인간과 세계에 가까이 도래케 하는 기쁜 소식이 복음이다.  이 복음은 예수님의 설교와 가르침의 중심주제였고, 그 이상의 실현은 모두를 유익하게 하는 사회복지 실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복음은 당시 사회적 환경에서 정의와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들을 향한 돌봄의 메시지였다.  결국 기득권자들의 왜곡된 통치 질서와 사회구조의 불균형, 또는 당시의 사회가치의 비도덕적인 편견을 지적하고 비판함으로서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인적인 회복을 요구하므로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는 선포되었다.  가난한 사람들, 병약자들, 여성들과 이방인에 대한 예수의 관심은 하나님의 창조질서 회복이라는 근원적인 자유의 선언이었으며, 동시에 어려움 당하는 자들을 들어올림으로서 모든 사회적 가치의 균형과 공동의 소유를 구현하는 구속 역사의 초점이 되었다.

  예수님은 기존의 사회구조 속에서 버림받거나 차별 받던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개혁하고 나섰다. 복음은 사회복지의 실현을 위한 사회구조의 변혁에 주력하면서 인간사회의 편견과 악인 성차별에 대한 원만한 개혁을 시작하였다. 인간의 윤리적인 자유와 평등, 창조적인 질서 속에서 부여된 기득권을 천부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인간 사회의 계급 구조와 빈부의 차별, 성적인 차별과 지방색 등을 허물고 사람과 사람이 사랑으로 열리고,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가 사랑과 구속의 재창조 질서로 선언하였다. 기존의 차별적인 구조를 도전하고, 예배속에 평등,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존재의 존엄성, 사랑으로 법적인 형식 구조를 깨는 급진적인 가르침은 사회복지를 모두에게 선물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복지사상은 무엇보다 가난한 삶들의 해방에 있고,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함으로 새로운 질서를 태동시켜 가자는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평등하게 누려야할 생명의 존엄성을 지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여성에게 참된 복을 선물하였다. 유대교적 입장에서의 여성지위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선언하고 나시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 상호관계의 원리를 중시하시었고, 예수님의 복지의 중심은 상호존중의 관계인 것을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처럼 소외된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광대한 정의 실현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본다.

  복음은 정신적인 위로나 영적인 신비체험의 현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회구조에 참여하며, 변형과 회복을 향한 사회복지의 성격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복음은 사랑의 실천과 봉사라는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자 하였다. 씨앗, 누룩, 소금과 빛으로 그려진 복음의 선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서 시작된 귀한 사회복지의 전통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의 복음은 깊이있는 사회복지의 한 패러다임을 소개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2) 바울의 사회복지사상


  바울은 신학사상의 단면을 통하여 그 사회 속에서 가르치고, 실현하고자 했던 복지사상을 살펴보려고 하겠다.

고린도가 로마의 식민지로 재 건립되었을 당시에 주민들은 노예였거나 군인이었으며, 충실한 로마 시민들로 이미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았다. 바울은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십자가와 일치시키면서 자신의 목숨을 위해 십자가의 모든 역설들을 주장하고 있다. 바울의 복지 사상을 역설의 원리에 기초하며, 중심보다는 오히려 주변적인 것을 통하여 사회를 변혁하려고 했으며, 힘보다는 약함을 중심으로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 교인들의 문제가 인류가 직면하는 공통의 갈등으로 보면서 그러한 정황에서 바울은 화해를 주제로 삼고 화목한 사회를 이루어 가고자 노력하였다. 화해야말로 가치있는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인간의 참된 복지를 위해서 하나님은 화해자로 오셨다는 것이 복지에 대한 바울의 생각이다. (고후5:18, 롬5:8, 롬8:19-20)

  바울의 복지사상은 성차별이나 억압적인 노예제도의 벽을 넘어설 뿐 아니라 전적인 화해의 사상으로 죄인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얻었으므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통해서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롬5:1)

그리스도 안에서의 복지는 화해와 은총의 진실된 자유가 삶속에서 경험되어질 때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빛을 얻고 필요한 만큼의 소금을 얻는다면 복지사회가 이루어 질 것이다.



4. 나가며


  이상에서 살펴본 사회복지 사상은 성경 안에서 나타난 것들이다. 그밖에도 사회정의와 복지사상은 성경의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다. 그 전체적 사상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물질과 권한을 함께 공유하는데 있으며 인권을 존중하는데 있다. 사회복지의 기본 사상은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데 있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의 본래적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즉 사회복지는 사회구성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잉여재산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이 복지사회가 아니라 분배정의가 실현된 공정한 사회가 곧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사회인 것이다. 그것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몫을 할애하는 십자가의 정신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라”(마10:38)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