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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볼리비아의 기수(旗手)

2008.10.14 23:51

김성찬 조회 수:670 추천:24

영혼일기 95: 볼리비아의 기수(旗手)

2008.10.14(화)



그 뿐 아니다

수풀 같은 행진 속에 단 한 사람

볼리비아의 旗手가

가난한 제 나라 國旗를 붙안으며

걸어 들왔을 때

그의 좁은 어깨 위에

조국과 깃발이 호올로 빛날 때


그 뒤로 이어

알제리아도 가나도

모나코와 카메룬도

리비아 니제르……

그리고 리베리아도

― 단 한 삶뿐

그의 좁은 어깨 위에

조국과 깃발이 호올로 빛날 때


―당신은 그 때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들며 모여 사는

나라와 세계가 무엇이며

고것들을 다 털어도 메우어지지 않을

깊은 고독이란 것을

七萬 五千個의 가슴을 한데 묶어도

채워지지 않을 그 거대하고

장엄한 고독을 위해……

당신은 조용히 울고 있었다

(故 권일송 시인의 대표작 ‘볼리비아의 旗手’중 일부)



오늘 밤 연세대학교 알렌관 무학 홀에서 정은실선교사 볼리비아 선교의 밤 행사가 있었다.


볼리비아.

내가 볼리비아와 맨 처음인연을 맺은 것은, 내 고교 은사였던 故 권일송 시인의 대표작, 올림픽 개회식에서 단 혼자 입장한 볼리비아의 기수를 보고 형상화한. 시(詩)  ‘볼리비아의 旗手’를 대하면서이다. 그 청소년기 난 그 은사님의 시집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에 실린 이 시를 매우 애틋한 감동으로 읽어냈었고, 그 후로도 그 애잔한 연민의 정을 오랜 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그 볼리비아를 회상하게 된 것은 내가 서울북지방회에 있을 때였다. 난 그때 서울북지방회 회보를 만드는 일에 앞장섰는데, 바로 그 1995년에 볼리비아에서 선교사역을 하시던 김봉래 선교사님께서 작고하셨고, 그 땅에 묻히셨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고 그 회보에 그분을 기리는 추모의 시로 ‘볼리비아의 旗手’중 일부를 발췌해 1면에 실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여름 볼리비아 우세볼 대학교 박사원 원장인 처남 윤목사를 통해, 내년 1월 그 대학원의 강의를 부탁 받았었다.


그러다가 오늘 ‘정은실 선교사 볼리비아 선교의 밤 - <선교일기 27년을 한결같이>출판 감사 및 고희 축하예배’에 초청받아 가게된 것이다.

 

정은실 선교사(Dr. Eun Shil Chung, Pastor & Missionary, 1940년 10월 12일 전남 고흥 태생)는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에서 1974년 목사안수 받고, 1982년 5월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선교 100주년 기념하여 남미로 파송 받아, 지금까지 볼리비아 싼타크루스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정은실 선교사는  선교 초기부터 9개항의 선교 계획 -1) 원주민 개척선교 2) 교육선교 3) 의료선교 4) 농업선교 5) 음악선교 6) 대학선교 7) 특수선교 8) 국제교환선교 9) 선교센터선교를 정하고 하나씩 실천해 오고 있다.

특히, 1984년 볼리비아 장로회신학대학을 설립하였으며, 1989년 우세볼(볼리비아기독교대학교, 종합대학, 의과대학을 시발로, 11개 단과대학, 3000명 재학생, 남미에서 최우수 사립대학 선정 받음)을 설립하였으며, 매년 15만 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의술을 15년간 실시하고 있다. 세 아들(정치현선교사, 정성현선교사, 정수현선교사)도 대를 이어 볼리비아 선교에 헌신하고 있다. 이런 헌신의 결과,  미국 상, 하원으로부터 사회봉사상을 비롯하여, 국제 사업지도자 우수상(International Award for Business Leadership & Prestige, 112개국 회원), 브리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파나마로부터 각종 상을 수상했으며,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기념 제 3회 선교 상을 수상하였다.


이상은 그분에 대한 약력소개이다. 그러나 그분이 이런 놀라운 이력을 창출해내기까지, 그분이 겪은 고난과 역경은 그 행간에 감추어져 있다. 그래서 우린 그 행간읽기를 시도한 것이다. 함께 모여 그분이 피로 쓴, 아니 믿음으로 각인한 선교일기를 대했다. 그리고 직접 그분의 증언을 통해 그분이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이루었는지에 대해 눈과 귀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분은 정녕 볼리비아의 기수였다.

 

축사에 나선 김선도 원로 목사님께서는, 정은실 선교사님이야말로 지구촌 한인 2만여 선교사 중 제일 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교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하시며, 아프리카의 리빙스턴과 같은 분이라고 칭송하셨다. 특히 그분이 그 척박한 땅에서 이룬 교육 사업은, 구한말 이 땅에 연세대학과 이화여대를 세운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의 업적과 같은 것이라고 평하셨다. 그래, 그분은 볼리비아의 알렌이요, 언더우드다. 사회를 보던 윤 박사는 볼리비아는 물론 브라질 등 남미 각국에서 정선교사님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표피적 이력과 찬사에 이어 정은실 총장이 답사에 나섰다.

언뜻 보기엔 매우 시골스런 모습이었던 노인네가 강단에 오르자 비상하는 독수리의 위용을 드러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2:13).  이 말씀이 내 선교사역의 전체다. 알파요 오메가다. 그분은 이 말씀으로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서 난 그 어떤 사람의 도움도 받은 적이 없다. 날 도운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 외론 선교지에서 함께 했던 한인 선교사들마저도 방해꾼이 되어, 자신을 음해하려고만 들었을 뿐이다. 처음 자신이 전혀 무지했던 대학 행정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했지, 생산적인 조언을 해 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오직 이 말씀 ‘내가 너희와 함상 함께하리라’는 말씀을 붙들고 전진했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힘든 시험이 계속되던 어느 하루 다리 옆에 차를 대놓고 하나님께 항의 했단다. 욥의 시험도 끝이 있지 않았습니까, 하나님. 내 고난은 무려 15년 동안입니다. 이런 항의 끝에 그는 마음속에서 ‘은실아 이번 고비만 참아라, 그리하면 욥과 아브라함에게 준 축복을 너에게도 주리라’는 말씀이 일어 다시 힘을 냈다고도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분은 남들이 이제 그만 쉬라고 말하지만, 앞으로 1,000개의 교회를 세우겠노라 다짐하셨다. 그러면서 놀라운 선교보고를 곁들이셨다. 자신이 볼리비아에 갔을 무렵인 1982년에는 볼리비아 개신교의 비율이 전체인구의 0.2%였는데, 2008년 현재 전 인구의 40%가 개신교도라고 보고하셨다. 그러면서 327개의 시에 3개 이상의 교회(시유지를 얻어)를 세워 1천개의 교회를 앞으로 세울 거라 다짐에 다짐을 하셨다. 그 말씀이 허황된 비전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인정했다. 그가 그 나라의 행정 관료들과 사회에 끼친 영향력과 현재 그가 관계하고 있는 사업들을 종합해 볼 때 그분의 비전은 전망이 밝았다. 그 자리는 고희를 맞은 노인네의 추억만을 회상하는 고희연이 아니었다. 그분은 40대 청년인 양, 팔팔한 노익장을 과시했다. 놀랍고 놀라왔다.


끝으로 그분은 우리에게 기도만을 부탁했다. 당신네들의 물질 같은 것 필요 없소. 그 몇 푼 안 되는 물질로 사람을 노략질하는 그런 심보나 물질은 필요 없소. 이젠 안 속는다오.  순전히 기도만을 부탁하오. 이런 말로 들렸다. 정말 산뜻했다. 그분이 그렇게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믿음만으로 이룬 위대한 선교적 성취를 우리가 눈으로, 귀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축사에서 김선도 원로 목사님께서는 이런 말을 했다.

“난 그 위대한 선교적 업적을 이룬 정은실 선교사님의 이 선교일기 축하기념 예배에 오면서, 기대에 부풀었었습니다. 나 그 자리에 가서 또 하나의 도전을 받아야 겠다 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난 충격을 먹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축사에서, 미국의 선교사에 살아 있는 전설, 91세 마펫 선교사가 미국장로교 목사들 앞에서, 다른 나라에 가서 복음을 전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이야기를 미국에서 오신 목사님이 전달했다. 


아니, 저 노인네들이…….


그러다 정은실 선교사님께서 앞으로 1천 교회를 세우겠다는 말에 난 완전 그로기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건 자극이나, 도전이 아니라 거긴 모인 젊은 목회자들을 질리게 만든 노익장의 과시였다. 과연 늙은이는 꿈을 꾸리라는 말씀이 진리였다. 축사에 나선 또 한사람 연신원장 정석환 박사는 게렛 신학교 Ashbrook 교수가 퇴임사에서 강조했다는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3가지-좋은 꿈, 좋은 친구, 좋은 이야기 - 좋은 꿈이 그분에게 있고, 좋은 친구를 만들어가며, 좋은 이야기를 써왔고, 써내려가는 정은실 총장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분이라고 칭송했다.


우린 예상 밖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그분이 볼리비아의 기수(旗手)가 되기까지 겪은 고난과 이룬 성취를 꼼꼼히 적어 모아 놓은, <선교일기 27년을 한결같이>는 우리 목회의 등불로 영원히 타오를 것이라 확신한다.


내 영혼일기도 영혼구원일기가 되길 난, 그 자리에서 기원했다.

그리고 그 볼리비아에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은혜를 하나님께 구했다.

우세볼 대학 강단에도 설 수 있게 되길 아울러 기원했다.


이젠,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볼리비아의 기수(旗手).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2:13) 이 말씀을 붙안으며 호올로 걸어, 더불어 가는 새 길을 닦은, 볼리비아의 거인 - 정은실.

그분이 있어 우린 감격했다. 가슴 뿌듯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