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248 : 아내

2013.04.04 08:17

김성찬 조회 수:383 추천:17

영혼일기 1248: 아내
2013.04.04(목)

 

 

詩 / 아내 

  

 창닫기

 

 

아무도 모른다~아, 아무도 

 

다람쥐 도토리 물어 나르듯

나 혼자만 새벽에 사브작사브작 죄다 갔다 버리니까 

아무도 모르잖아 아~무도 몰라

 

누군가가 치우겠지 

아니 교회에서 버리는 거룩한 것들은 절로 하늘로 휴거하겠지

종말론적인 믿음으로

 

아무 염려, 근심, 걱정 없이

아무 부담도, 그런 류의 생각조차도 없이

소비할 권리만 있고 뒤처리해야 할 의무가 도시 없는 

믿음의 성도들이 믿음으로 소비하고 그 믿음으로 버린

주일을 보내며


육에 속한 육신들이 배설한 

짓무른 오물, 구질구질한 쓰레기, 각종 처치곤란한 폐기물들을

혼자 치우느라

아무도 몰라줘서 외려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희열에

신바람 났었다며
아내가


홀로
교회를 짊어지고 가는
어린 양
아내가

만물이 게으른 

이 봄날 이른 아침에

동창을 활짝 열고 들어서면서

백목련 꽃봉오리 같은 순백 치아를 

환~히
드러내 뵌다

 

무색무취하다

산소처럼 담백하고

새벽을 길어 올린 정화수(井華水)처럼 맑다 

 

분칠한 여인네의 역겨운 구취(口臭)가 전혀 없는 

그림자도 한 점 없는 

해말간 미소만을 선뵌다

 

바보같이 

 

천사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