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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 다시 만월滿月이다

2012.10.02 22:09

김성찬 조회 수:518 추천:35





영혼일기 1082: 다시 만월滿月이다

2012.10.02(화)



다시 만월滿月이다



하늘은 드높고, 짙푸르고, 해맑았고,
대기는 소슬한 가을바람에 차고, 싱그러웠던,

추석 연휴 끝 날에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시도하는 트리플 악셀에
눈길을 제대로 줄 수 없었다는
그녀 모친의 염려의 극점(極點)
그 살 떨림이
내게로 전이 되어 왔다


이마와 등골을 타고 흐른 진땀이 대변한
애정이 실린 공동(共同)의 염려는 서로에게 견디기 쉽지 않은 고통임을
초보 운전자 아내의 도로 주행 교습에 나선
나는 오늘 제대로 학습했다

좌우로 치우침 없이 주행하라고 타이르고 타일러도 
차선을 타고 넘어 우로만 들이 밀어대던
모골 송연하게 한 가늠할 길 없는 심심찮은 도발로 
으웩으웩
토악질을 유발시키던
그녀의 우편향 행보

서툰 그녀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순간순간
덜컹덜컹
떨어져 내리던 넋

달리는 차에서 뛰어 내리고 싶었던 나는
식은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삼한사온 때 아닌
말라리아를 앓았다

아들 양학선이 세계를 제패한 트리플 시도 시간에도
술 취해 골아 떨어졌다는 설화 속의 주인공이 지닌
별종 복락 DNA는 불행히도
내겐 없다

사랑이 기반 된 피붙이 살붙이들 사이에 오가는
결코 예삿일일 수가 없는 상호 관심사란
한 다리 건넌 남의 일이 아님을  일깨운
촉새 같은 내 DNA 덕에

한나절
남 아닌 타인의 서툰 일에 동참한다는 것은
생간을 장조림 하는 과정과도 같음을
생체 실험 당한 몸으로 감지해 낸
나는

그 사랑의 책무로
끝내
몸져누웠다.


오싹 돋은 소름을 뚫고
밤이 찾아 들었다

이 밤

다시 만월이다


만월 속에 든 흐릿한
당신을 본다


당신은

서툰 내 목양 운전에 애간장을 태우셨던


당신은
만월 속 하늘에도 여전히 드리운 그늘처럼


당신은
그곳에서도 나로 인해 사위어 가시는가?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