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9: 양파 벗기기
2012.12.22 22:41
영혼일기 1159: 양파 벗기기
2012.12.22(토)
무섭다.
그렇게 의심해 놓고,
그 의심이 허구임을 뼈저리게 확인했으면서도.
허구인 의심에 일순 하얗게 질렸으면서도
일말의 자기반성 없이,
관용의 화신인 양,
발가벗은 임금님처럼 세인들의 비웃음을 간파하지 못한,
자기가 자신에게 선사하는 면죄부
이제 다 덮는다,
허전한 자기 포장을 해대고서는,
그런 자기 기만적인 행위에 의분을 발한 이에게서 등 돌리며,
가제는 게 편이라는 식의 자기 방어벽을 쌓는
이젠 어느 한 편에 서겠다는
보호색으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는
불공정 선언을 공공연하게 해더니
이제도 아니 여전히
한 겹 또 한 겹 양파 껍질 벗기듯,
끝없는 의혹의 눈길로
한 번 의혹의 표적을 삼은 그 의혹의 대상을
의심함으로만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삼는
본질상 그 의심의 존재는
자신를 진심으로 돕는 합리적 이성적 권면을 외려 의심해대며
백색의 진실로만 겹겹이 쌓인 양파 속을
의심으로 헤집으며
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저 죽어도 거두지 않을
죽어도 의심의 눈만은 살아 남을
지들 취향과 다르다고 / 지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지들 색깔과 다르다고 / 지들 폭압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불순분자로 매도해 놓은 희생양에 대해
거두지 않는 거둘 수 없는 저 불손한 혐의,
저 가없는 의혹의 시선……
제 몸에서 생산되는 거지 몸의 이처럼
보푸라기처럼 제 안에서 이는 병적 의구심에 못 이겨
벗기고 또 벗기는
정신병동의 양파 껍질 벗겨대기
맵지도 않을까?
의안(義眼)도 아닌 듯한데,
놀랍다.
끔찍하다.
정서가 / 생각 없이 물든
의구심이 / 저 편벽된 제 살을, 제 인격을, 제 영혼을 갉아 먹는
집착이 / 한 번 혐의를 둔 자에게서 의혹의 눈길을 떼지 못하는
확신이 / 허망한 확신을 정경처럼 맹신하는
광기가 / 집단최면에 걸려 마른 하늘 아래 홀로코스트를 재연해 대는
추구하는 / 망령되고 허탄한 거짓부렁과 사기와 기만을
신봉하는 / 지옥의 묵시록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람이 / 타인을 죽도록 의심함으로만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드러내는
상식이 거덜 난
저들은
들쥐 떼,
거기는
블랙 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5 | 1330: 나 주의 기쁨 되기 원하네 ♫ | 김성찬 | 2013.06.20 | 657 |
84 | 769: 詩/ 섬진강에서는 | 김성찬 | 2011.08.10 | 657 |
83 | 709: 저게, | 김성찬 | 2011.04.22 | 650 |
82 | 1002: 봄맞이 | 김성찬 | 2012.05.18 | 643 |
81 | 960: 하늘 시인(詩人), 성서의 문학적 놀라움에 대해 | 김성찬 | 2012.04.03 | 643 |
80 | 722: 수상하다 수상해 | 김성찬 | 2011.05.12 | 642 |
79 | 1004: 당신의 올인 | 김성찬 | 2012.05.20 | 640 |
78 | 974: 詩/회귀(回歸) | 김성찬 | 2012.04.17 | 640 |
77 | 1121: 골든 리트리버 | 김성찬 | 2012.11.13 | 637 |
76 | 1277: 배꽃과 주자 권학문(朱子 勸學文) | 김성찬 | 2013.04.30 | 635 |
75 | 768: 詩/ 저 밀림에서는 | 김성찬 | 2011.08.09 | 634 |
74 | 1105: 詩/ 사랑의 건축학 원론 | 김성찬 | 2012.10.26 | 631 |
73 | 1340: 아내가 사라졌다. | 김성찬 | 2013.07.01 | 629 |
72 | 721: 고래고래 | 김성찬 | 2011.05.11 | 629 |
71 | 759: 詩/백년 만에 | 김성찬 | 2011.07.28 | 623 |
» | 1159: 양파 벗기기 | 김성찬 | 2012.12.22 | 617 |
69 | 1050: 달무리 진 밤 처럼 | 김성찬 | 2012.09.04 | 610 |
68 | 1119: 낙담은 나의 힘!? | 김성찬 | 2012.11.11 | 608 |
67 | 1314: 감이후지 坎而後止 [1] | 김성찬 | 2013.06.04 | 607 |
66 | 1094: 기침起寢 미제된 내 영혼의 새벽을 | 김성찬 | 2012.10.13 | 5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