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 詩/ 걸레가 된 성자
2011.06.15 08:21
영혼일기 740: 걸레가 된 성자
2011.06.15(수)
詩/ 걸레가 된 성자
어제,
일세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성자가 된 청소부, 는
내 시편이 아니기에 읽지 않았다
청소부의 입신양명이 대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적어도 청소부일수 없는 내가
청소부가 성자 된 기적에
기척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오늘,
드문 성자였기에 한때 아비 삼았다는 영의 아들이
개혁의 아비가 닻이 아니라 덫 되었다며
새 역사를 쓰자고 존속살해조차 마다하지 않는 원초적 본능으로
원 아버지 집단살해모의를 함께 도모하자며
아비를 발가벗겨서 거룩한 공교회의 첨탑에 내 건
걸개그림이
처처에 천방지축으로 피어나가
걸레가 된 성자가
흐느끼며 허수아비처럼 나부낀다
아비의 후장(後腸)을 터는 터부에도
제 몸에 기생한 패륜조차 제 탓인 양 고태의연하게
개혁이라는 채찍으로 아비를 후려갈기는
아들의 강공에 장삼이사들의 가슴으로는 이해할 길 없는
무장해제로 맞서
공동의 결의를 판정하는 의사봉까지도
해석 무망한 무자격자 손에 넘겨준 그 공명정대함하며
벗기고 벗겨봐야
순백의 진실만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양파 벗기기 마냥
술 취한 적도 없는데
뒷걸음질 칠 줄 모르는 아들 앞에서
바지까지 훌렁 벗어 달랑 죄다 백일하에 드러내 뵈며
행려병자들과 함께 할 병든 노구
뉠 누옥(漏屋)
단 한 칸이면 족하다고
마지막 황혼의 불꽃을 38년된 환우와 더불어 태우고 싶다며
제 아량인 양 사람 보듬는 개혁을 아들에게 기대며 바랐던
사유재산 전무한 아비의 땅 한 뼘 공유 읍소마저도
매몰차게 외면하며 등돌려
끝내,
무려 10년이나 선퇴장한 깔끔한 아비를
제 경력관리 걸개그림 오브제 삼은
사철 푸른 소나무란 절대로 없는
일곱 빛깔 현란한 생의 오묘한 조화를
일생 푸르뎅뎅한 단색의 형벌로만 재단하려든
치기 어린 아들이 아비를 떠다박지른 불손마저도
단 한 마디, 절제된 감미로운 숨결로
이제 화 좀 풀렸는가? 그대!
넌지시 다 받아 주는 황혼의 문법을 구사하며
스스로 차단한 아들의 퇴로를
온몸으로 사력을 다해 열어 젖혀주는 참 아비
걸개그림 주인공 된 성자를
오늘 나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생의 전환기 종합검진에 나서는 이 날
온 밤 식음을 전폐하고
막장을 다 게워냈어도 보장 못할 막장을
궁중 내시에게 내 뵈어 줘야할
걸레 취급받을 순간이 초침처럼 다가오자
로만칼라를 목도리 삼아 평생을 산 나도
하산 길 날 선 돌부리에 삐끗한
Gossip 성자의 초상이
내일 나의 초상처럼 여겨지며
그 멀지않은 훗날,
더 날 선 그 누군가에게,
분명히 나도,
반드시 털리고 찔려
걸레 될 인생 종장(終章)이 두려운,
목구멍 속 깊숙이
막장 속 곳곳
전생을 투사하듯
위아래로 온 내장을 관통하는 내시경 검진 받으러 가는 날
남은 생을 가불(假拂)한
그 누군가의 인생의 종점에서
설핏 비친
다 내주며
훔치고 닦아주다
걸레가 된 어느 성자의
흐느적이는
날 훌쩍이게 한
저
낡은
실루엣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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