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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질근질

2008.04.23 09:48

김성찬 조회 수:947 추천:47

근질근질


근질근질 안과엘 갔더니
근질근질 평생을 살란다

맹한 물 한 방울 눈깔에 적셔주곤
눈 꼬오옥 감기곤 벌건 적외선 전열기 앞에 앉혀 놓으며 한 생을 투사해 보란다
정확히 3분인데, 맹하니 흐른 쉰 다섯 해 만큼이나 길고 길다
흐물흐물한 천년의 기억들이 시공을 역류해 나아간다

눈 한번 시원스레 비벼 보지 못한 채 살아 온 겨드랑이가 가려운 반생半生
만날 눈먼 바늘구멍 찾아 헤매듯 침침하기만 했던 내 백야白夜

시원스레 눈 한번 비비게 해줄 비방도 없는 안과를 나서며
전염시킬 능력도 없다는 비방秘方 아닌 비방誹謗을 뒤로하고
전염병도 아니니 의기투합 퇴치를 강구할 동지도 없듯
알레르기 일으키는 먼지 부연 이 땅에서 강제 추방당할 행운마저 압수 당한 채
처방약도 없는 처방전을 받아들고 나서며
풀풀 먼지 나는 이 땅의 인간행렬에

나 홀로 근질근질
나만 홀로 근질근질

저들 틈바구니에서 남은 반생半生 다시 묻어 가야만 한다는 침침함에
헛발을 내 디뎌 도심 속 매연에 다시 내 동댕이쳐진 새 한날

근질근질 안과엘 갔더니
근질근질 평생을 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