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 詩/ 휴가
2011.08.11 17:24
영혼일기 770: 詩/ 휴가
2011.08.11(목)
詩/ 휴가
휴가 한 번 제대로 가 본 적이 없는
만날 휴가 된
휘발되지 못한 중유(重油)처럼
납덩이로 가라앉아 있는
무기수 같은 일생
우주를 열어가는 휴가를
만끽하는
8기통 스포츠카의 머플러에서 분출되는
저 둔중한 엔진 배기음은
하루하루를
하루밖에 없다는 듯
하루하루에 전(全) 생을 건
땅 속 하루 18년을 일체 몰입한
그 각고의 노고를
천 년 같은 단 하루로 보상받은
한 여름 밤
온 숲을 출렁이게 하는
옹근 하루를 산
휴가의 꽃
짱짱한 매미의
짜릿한 오르가즘
하루밖에 없는 하루를
우주의 미래를 여는 징검다리 삼아
또 하루를 열고 연
하루에 충실한 이들만이 누리는
삶이 고조되는
새롭고 황홀한 휴가다운 휴가를
일생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일생이 휴가 된
전심전력으로 타오른
단 하루가 없어
혹서(酷暑)를 피해
하루도 탁 트인 창공을 날아보지 못한 채
맨살 지렁이로
염천(炎天) 길바닥을 견뎌내야 하는
훅훅 볶는
사랑의 정념(情念) 없어
밋밋한
하루는 낳은
이
무통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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