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2008.11.29 17:30
여긴 이발관.
한기를 무릎쓰고 다복솔처럼 봉두난발한 머리를 쳐내려고 간만에 출입했는데, 만원이다.
불황이 없다.
몸을 가볍게 하고 살아야 할 이 비상한 시기엔
몸을 가볍게 할 이 CUT CLUB은.
잔디는 깎아 줄 수록 더 뿌리를 깊게 내린다잖던가?
깎아내고 깎아 내어 이 생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릴 수만 있다면,
우린 일년 열두달 삼백예순날을 벌초해도 좋으리
하여 뿌리를 더 깊이 박고자
담담히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샵안에 설치된 컴퓨터를 켰다.
머리털은 왜 자라는가?
그 언젠가 잘려나가기 위해서 자란다.
그 언젠가 그 약속된 무덤으로 향하기 위해 오늘도 아등바등 살아 가는 것처럼.
아니 난 그 약속된 무덤도 없다. 내 지갑엔 민증보다 앞서 시신기증서약증서가 꽂혀있다.
난 죽으면 의사후보생들의 손에서 놀아나다가 바람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대학은 그래도 내가 2년여 몸담은 연세대학교로 정해놨다.
늘 지갑을 뒤질 때만다 맨먼저 튀어나와 내 등골을 허전하고 서늘하게 만드는 그 무욕고백서.
그런 자칭 숭고한 신앙고백관 달리,
그 망실당할 미래를 위해 오늘도 쏟구쳐 오르는 내 안의 욕망들.
부질없다.
오늘 소설가 이승우를 입체적으로 대했다.
작심하고 나섰으나, 그 미래 받은 단돈 5만원을 다시 토해내기가 어려워서 마지못해 계속 구독을 하고 있는 중앙일보. 난 그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근데 아침에 아내가 잘 아는 사람 나왔다며 신문을 내밀었다. 소설가 이승우씨가 단행본을 냈단다. 제목이 '오래된 일기'다. 꼼꼼이 읽어보고, 인터넷 검섹도 해보고, 글구 오랜만에 접속을 했다. 잘 지낸단다. 수화기밖에 없는 외계인 이승우. 그는 만나면 좋은 사람이나, 헤어지면 이생에서는 다시 접속하기가 힘든 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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