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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명·동·기·적’
게재일 : 2009년 02월 21일  [8면]      글자수 : 3112자
기고자 : 임미진.장주영.이진주.김경빈   

김수환 추기경이 만든 ‘명동의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추기경은 떠났지만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그의 유지(遺志)는 사회 곳곳에서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다. 추기경이 영면에 들어간 20일 오후 2시 류재길(73) 할아버지는 중계동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이경숙(70) 할머니에게 파인애플 주스를 떠먹이고 있었다. 김태규(32)씨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장기기증 서약을 위해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문을 두드렸다. 또 진춘근(42)·한명희(40)씨 부부는 행복한 표정으로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에 앉아 입양을 위한 부모 상담을 기다렸다.

베풀고 자원봉사 12년째 류재길 할아버지
한 팔 없는데도 몸 불편한 할머니 운동 도와

“자, 이제 운동을 좀 할까요?” 20일 서울 중계동의 한 아파트. 류재길 할아버지가 이경숙 할머니에게 왼팔을 내밀었다. 할머니가 팔을 붙잡고 일어서자 할아버지는 자신의 다리로 할머니 다리를 조금씩 밀어 방 한구석 자전거 기구로 데리고 갔다. 이들이 2m 남짓을 힘겹게 움직이는 동안 플라스틱으로 된 할아버지 오른팔은 미안한 듯 몸 옆에 가만히 붙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5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북부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자원봉사자인 할아버지는 매일 오전 8시 할머니 집에 온다.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15년 된 승용차로 복지관에 데려간다. 2시간 동안 할머니의 운동을 돕고 복지관에서 나오는 점심을 떠먹여 준다.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1시30분. 97년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이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나이가 드니 힘에 부칠 때도 있다”면서도 할아버지는 19일 상계종합노인복지관에 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오전 자원봉사가 끝나면 이곳에 와서 독거노인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추기경님은 그야말로 다 베풀고 가셨지요. 저도 아직 건강하니 더 베풀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도봉동 단칸방에서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이렇게 혼자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지요”라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17일 저녁 명동성당을 찾았다. 2㎞가 넘는 긴 줄을 설 엄두가 나지 않아 서성이다 돌아왔다고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이 따뜻한 나라에 산다는 것도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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