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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되네!

2009.09.24 02:05

오해춘 조회 수:836 추천:57

어 되네!

  평소 알고지내는 목사님 초대로 일식당에서 함께 만난 분이 있는데 이분은 서울의 명문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그는 이민생활 20여년이 넘어 고국이 그립고,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서 영어의 한계, 예측 할 수 없는 건강 등등의 이유를 던진다. 그가 한국을 떠날적에 영어학원강사까지 지냈기에 영어만큼은 자신하고 오자마자 사업을 벌여보았으나 막상 현지에서 부딪혀 보니 그게 아니더라는 것이다.

 

   전에 만난 어떤 분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해외수주팀에서 일하다. 아이엠에프를 만나 정리하고 홀연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왔다고 한다. 그 동안 나름대로 영어를 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원숙하게 듣거나 말하는 정도는 아니라며 지금도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학교에서 고등학교 영어 선생을 하다가 미국에 왔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고, 입도 열리지 않아 스스로 자책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민온지 30년을 넘게 살아온 어느 노인은 가끔 영어 연수를 하러 왔다는 대학생들을 만나면, 10년 20년을 미국에 살아도 안되는 영어인데...라는 말이 생각난다.

 

  난 저들이 말하는 차원 높은 전문적인 영어 말고 생활영어만이라도 익혀두자는 나의 생각이다. 자신이 나고 자라지 않은 나라 말을 한다는게 쉽지는 않다. 더욱이 이민1세들은 집에 가면 10명중 9명은 한국말을 하고 있기에 영어를 익힌다는게 더더욱 어려운 것이다.

 

   대부분 교포들 영어 수준은 대개 자기가 하는 분야의 토막영어정도이다. 샌드위치가게하는 사람은 샌드위치가게에서 쓰는 영어를, 세탁소 하는 사람은 세탁소에서 쓰는 영어를 벗어나면 못 알아듣는 것이다.

 

  나는 영어에 영어(怜圄)의 몸이 되어있다. 영어공부 10년, 얻은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토록 영어를 대해왔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어 입은 있으나 말 못한 유구무언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아는 단어라도 나열하자는 식의 내 방법이 통하더라는 것이다. 2인이상 진입 하는 도로에서, 또는 주차 위반해서 받은 티겟을 받으면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티켓을 공손하게 받아들고 크레딧 카드로 즉시결제해서 국가에 자진납부하는게 타의 모범이 되었다.

 

  그런데 한 번은 경찰에게 변명을 댔다. 경찰이 다가와서 하는 말이, 두 명 이상 타야 진입이 가능한 길인데 혹시 다른 사람이 있느냐?라고 묻길레 I know from 7:00am. 아니다 6:30부터이다. Oh my God! 사인을 보지 못했느냐?  I'm not  see sign, please! (내 방식대로) 햇더니 지난 번에는 150불 넘는 범칙금을 고스란히 냈으나(위반횟수가 더할 수록 배 가까이 벌금을 내고 보험산정시 불리함) 이번에는 마음씨 좋은 분같지는 않지만, 합당한 이유를 말했더니 warning 만 받았다. 십년 감수했다. 되는 구나! 희한하네! 돌아 오면서 나 혼자 속으로 웃은 적이 있다.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왠 호들갑이냐라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지금까지 미국인들 앞에서 한 마디도 제대로 알아들은 적이 없었거든요. 햄버거 주문도 못해서 쩔쩔 맨적이 있었구요. 등등.. 미국인들 앞에 서면 왠지 벙어리가 되는 기분 느껴 본사람은 공감할 거라는 생각이다. 어쩌다 되지 않는 발음으로 깍두기식 영어발음을 할랴치면 아이들이 창피하다며 두 손을 들고 말리며 자신들이 나와 통역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어야 겠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는 말씀을 생각하면서 영어와 친하려고 오늘도 애를 쓰고 있다. 난 요즘 생활영어에 열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