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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아이들

2009.11.05 23:46

그루터기 조회 수:976 추천:61

선유도아이들

           -신화순 권사님

 

교회가 없는 섬으로 시집와

장자도에 교회가 세워지기를 기도하다가

섬을 사랑하는 김용은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리던 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후로 교회가 세워지고

목회자가 없을 때면

기도로 새벽을 지키고

자식같은 젊은 목회자가 부임하면

알뜰히 섬기면서 꼬부랑 노인네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채마밭을 꽃밭처럼 이쁘게 가꾸시던

신화순 권사님.

 

어느 날

햇빛 밝은 봄 이른 아침에

불쑥 장자도엘 갔습니다.

아들 같은 김강산 전도사와

아침상을 같이 한 신화순 권사님

반갑게 불청객을 맞이합니다.

슬하에 한 점 혈육 없었어도

새벽마다 무릎 꿇어 기도할 사람 많았고

목회자를 섬기는 일을 주어진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물려 받은 집을

교회의 사택으로 선뜻 내놓고

정갈하게 조용조용 그렇게 살았습니다.

물이라도 길으려고 김전도사 나설라치면

정짓간에 한 발자국도 못 들어 오신다고 완강합니다.

그날도

구멍치는 일을 서로 하겠다고

정지 앞에서 실랑이를 합니다.

그랬던 신화순 권사님이

이제 우리 곁을 떠나려 합니다.

 

 

목숨처럼 사랑했던 교회와

정먹었던 이웃들을 섬에 남겨 둔채

산그늘 내려와 덮이는 교회 마당가에

한 무리 수국처럼

이제 신화순 권사님 말이 없습니다.

장자도 교회가 지나왔던 모든 모퉁이 마다

권사님의 땀과 눈물

기도의 깊이들

찬양의 감격들

가슴에 묻고서

이제 조그만 육신 방바닥에 부려놓고 일어날 줄 모릅니다.

조용한 눈빛 담담합니다.

교회의 이웃들과 채마밭들 다 그대로인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석양의 빛살처럼

그렇게

고군산의 목회자들에게

다정함 남겨 두고

아버지께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