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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힘

2009.05.26 00:06

오해춘 조회 수:891 추천:67



 

가족의 힘

 

5월이면 각 대학을 비롯하여 중고등학교의 졸업시즌이면서 휴가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때문에 메모리얼 데이 연휴가 오면 여행을 계획하는 부류가 있고, 온 가족들이 모여서 집수리, 자동차수리 등을 하는 부류가 있다. 이 시기에 맞추어 건축자재를 파는 홈디포(Home Depot) 나 로우스(Lows)같은데서는 경쟁하며 세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작은 창고를 지어 보기로 했다. 잡다한 각종 기구나 연장을 넣어 보관할 곳이 없기에 큰 마음 먹고 이번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동원되었다.

 

얼마전 시장 조사를 해보니 합성수지 재질과 나무로 된 두 종류가 있기에 가격차이는 별로 나지 않지만, 나무로 만들 경우 힘과 시간 그리고 각종공구들이 필요할 것 같고, 프라스틱의 경우 브럭 맞추듯 꿰 맞추면 될 것 같아 시간이 훨씬 적게 드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 가족들이 일어나기전 먼저 일어나 나무뿌리를 잘라내고, 돌을 골라내고, 바닥을 1시간여 동안 평평하게 골랐다. 그리고 가까운 홈디포에 가서 내가 보았던 가든 스토리지(Garden Storage) 모델 넘버를 가지고 값을 보았더니 며칠 전보다 10%씩이나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가. 가든 스토리지를 주문하고 바닥재료인 부패방지처리된 묵직한 캐나다산 찐나무를 가지고 캐쉬어 앞에서 계산을 했다.

 

근데 가지고 온 벤차량으로는 실을 수가 없어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을 때, 워커들이 하는 말이 홈디포의 트럭을 빌려 가면 된다는 것이다. 가입한 자동차 보험증과 아이디를 가지고 가면 1시간 15분 동안 19, 1시간 초과할 때마다 10불씩 가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이면서 돈쓰게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고국같으면 공짜로 배달 해 줄텐데 말이야.

 

 홈 디포에 대해 부연 설명하면, 이곳에 온지 얼마 안돼 홈도어키(Key)를 복사하러 이곳을 들렀을 때 입이 딱 벌어지는게 아닌가. 학교 강당 너 다섯배만한 창고에 작은 화초로 시작해서 농기구, 잔듸깍기, 화이어플래이스, 각종 전동드릴, 그리고 세탁기, 냉장고, 고가의 출입문짝, 창문, 츄림재료, 덱재료, 전기재료, 목재, 벽돌 등등 인사이드 & 아웃사이드에 필요한 온갖 건축자재들이 다 모여 있는게 아닌가. 이곳 저곳 쏘다니며 시간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원 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체인점이 전국에 수 천개의 점포가 있다는 점이다. 세탁기나 냉장고들 가운데는 한국산 제품들이 있어 간만에 만난 친구 보듯 반갑기까지 했다.

 

나는 빌린 트럭 위에 재료를 싣고 집에 도착해 보니 두 아들 녀석들이 아버지를 돕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여행일지라도 동무가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 뙤약볕에서 혼자 일한다는 것은 외롭고 고독한 일이다. 수년 전 묵현리에서 고독하게 나홀로 노동하는 경험을 했다. 커다란 돌덩이를 굴리며 축대를 쌓을 때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 콘크리트 바닥을 치면서 허리가 동강나는 고통, 용접을 하다가 응급실로 불려가서 각막에 붙어 있는 용접똥을 제거했던 경험을 수 개월을 거쳐 해보았다. 거기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 그래도 아들녀석들이 제법 자라 헬퍼로 일를 돕겠다며 나서는 걸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블럭처럼 조각조각으로 되어 있는 커다란 프라스틱을 나르는 일부터, 조각을 맞추어가는 일, 바람불어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일, 사다리를 탔을 때 잡아주는 일, 연장을 집어주는 일, 목마를 때 스므디를 만들어 갈증을 해소하게 한일, 작은 일이지만 온 가족의 힘을 보태니 하루 걸려 할 일이 한 나절이 되어 끝나게 되었다. 처음 일해본 저들에게 일하는 방법과, 함께 힘을 모으면 힘든 일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법을 알게 했다. 지난 해 메모리얼 데이 때는 가까운 곳에 여행을 했지만, 이번에는 가족끼리 의기 투합해 작은 창고를 만들어 단합된 가족의 힘을 얻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