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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봐라 돈, 돈!

2009.04.08 00:02

김성찬 조회 수:787 추천:52

돈 봐라 돈, 돈!

 

펌)

판소리 춘향전의 ‘돈타령’

 

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좋을씨고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돈봐라

돈 좋다 돈봐라 돈 돈 돈 돈봐라

못난 사람도 잘난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돈

생살지권을 가진돈 부귀공명이 붙은돈

맹산군의 수렛바쿠같이 둥글둥글 도는 돈

돈 돈 돈 도돈 돈 돈 돈 돈 돈 돈봐라.

하략(下略)

 

 

맹산군의 수렛바쿠같이 둥글둥글 도는 돈, 이란?

여기 그 의미심장한 고사(古事)를 옮겨본다.

 

그가 사 온 물건

 

중국 제(齊) 나라에 풍훤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워낙 가난해서 맹산군의

식객이 되어 밥만 먹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취미도, 특기도,

할 수 있는 일도 하나 없는 그를 맹산군은 받아주었습니다.

그러나 맹산군네 사람들은 그를 천하게 여겼으며 음식도 형편없이 대접했습니다.

 

얼마를 지나자 풍훤은 기둥에 기대어 칼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장협아 돌아가자! 여기선 식사 때 고기 한 점 없구나!”

이 노래를 들은 다른 식객들이 맹산군에게 고하자,

“생선 좀 주어라. 고기 먹는 식객 대우를 해 주라.”

고 말했습니다.

얼마 후 또 그는 칼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장협아, 돌아가자! 여기선 타고 다닐 수레도 없구나!”

그러자 식객들이 비웃으며 맹산군에게 이를 알렸고, 맹산군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수레를 주어라. 수레 타는 식객과 같은 대우를 해 주어라.”

그러나 얼마 후 그는 또다시 장검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장협아, 돌아가자! 여기선 가족을 먹여 살릴 수가 없구나!”

다른 식객들은 풍훤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탐욕스럽고 경우 없는 놈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맹산군은 사람을 시켜 그의 가족에게 의식을 제공하고 궁핍하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그제야 풍훤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후 어느 날 맹산군은 문하의 식객들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설 땅에 가서 빚을 받아 올 자가 있는가?“

그러자 풍훤이 나서며 자신이 그러하겠노라고 했습니다. 식객들과 맹산군은 놀랐지만,

맹산군은 수레를 준비하고 행장을 꾸려 채권 계약서를 들려 보냈습니다.

떠나기 전에 풍훤이 맹산군에게 묻기를,

“빚을 다 받으면 그것으로 무슨 물건을 사 가지고 올까요?”

“당신이 보기에 우리 집에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이면 됩니다.”

 

풍훤은 설 땅에 도착하자마자, 빚진 사람들을 모두 모아놓고 맹산군의 명령이라고 하면서

채권 계약서를 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모두 불 태워 버렸습니다. 그러니 모두들 만세를 부르며

맹산군을 칭송했습니다. 그 후 풍훤은 곧장 맹산군의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너무나 일찍 돌아온 풍훤을 보며 맹산군이 놀라 물었습니다.

“그래, 빚은 다 받았소?”

“예, 다 받아 왔습니다.”

‘그럼 무엇을 사 가지고 왔소?“

“제가 깊이 생각하건데 상공의 집에는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모자란 것이라곤 의(義)라고 생각되어 그 의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하고는 자신이 설 땅에 가서 한 일을 말해 주었습니다. 맹산군은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차마 질책은 못 하고, 가서 쉬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맹산군은 왕에게 미움을 받고 사직을 권고 당했습니다.

맹산군은 할 수 없이 자신의 봉지인 설 땅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직 백리밖에 다다르지 않았는데도 설 땅 사람들이 모두

맹산군을 영접하러 나와 길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맹산군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따라온 풍훤을 보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사 온 의를 오늘에야 보게 되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