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아이들
2009.03.19 00:12
선유도아이들
-장자도 주열이
엄마가 떠나고
육순 할머니 손잡고 섬으로 들어와
꽃샘 추위 유난히
발시려운 날
선유도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바닷바람 맵고
돌투성이 자갈 길
힘겨운 아이 생각에
할머닌 아침내 허둥댑니다.
혼자가는 아이의 작은 등이 안쓰러워
굽은 등을 들이대자
아이는
좋아라 재잘거립니다.
칼날 같은 바람이
온몸을 할퀴고 지나가는
다리를 건너
아이를 내려놓고
할머니는 돌아섭니다
아직
아이는 자갈 길을 한참을 더 가야 할텐데
허전한 등판을 바람에 떠밀리며
할머니는
문득 하늘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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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수란 아이가 있었습니다.
부모들은 돈벌러 타관으로 나아갔고,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던 유난히 크고 맑은 눈동자를 지닌 아이.
그 아이 부모가 어느 해 운동회에 잠시들려,
신권 천원짜리 석장을 내 손에 쥐어주던 일이 문득 기억납니다.
지금도 뇌리에 선연한 꼬들꼬들한 그 자줏빛 지폐.
단돈 삼천원에 그 아이에게 볼모잡혔던 애틋한 행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신춘 아지랑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