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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 낯선 출정식에서

2012.02.10 22:54

김성찬 조회 수:22305 추천:31

영혼일기 928: 낯선 출정식에서
2012.02.10(금)

뜻밖의 전활 받았다. 국회의원 예비경선 후보자 출정식 예배에 그 누가 나를 초청했다. 낯설고, 어색한 초청에 나는 선뜻 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갔다. 나를 초청해 분과의 친분 관계는 물론 목사에게 예배에 참석해서 순서를 맡아달라는데 거절해서는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예비경선에 참여한 후보가 장로 직분자이고, 그의 아내가 현직 목사라고 해서 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장로 직분을 지닌 이가 험한 정치판에 뛰어든다 하기에, 그분에게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당위성을 전해주고, 격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의무감에 어려운 그 자리에 갔다.

나는 격려사를 했다.

몇 사람이 한강 물에 빠질 경우, 제일 먼저 건져내는 이가 국회의원이라 하지 않더냐? 강물 오염 막기 위해서. 그만큼 세속적으로 오염되고, 타락한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데, 왜 그런 자리를 탐해 나서느냐? 그러나 정치는 필요하다. 법 위에 정치가 있고, 정치 위에 은혜가 있다고들 우리 교계에서는 말한다. 법을 법 되게 하는 것이 바른 정치다. 그런 점에서 오늘 정치인들의 실상이 우리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고, 나라를 부강하게 해주는 정치가 필요하고, 그런 정치에 적합한 인물들이 정치에 나서야 한다. 모든 것이 정치이나 모든 것이 다 정치가 아니다, 라는 말도 있다. 정말 정치다운 정치를 할 국회의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단 한번만 하고 그만 한다는 각오로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정치다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상과 같은 이야기는 일반적인 정치당위론이랄 수 있다. 그렇다면 신앙인으로서의 세속 정치에 몸을 담는 것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여기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국회의원 예비경선에 참여하신 이 분은 장로님이시고, 부인은 목사님이시기 때문에 더 그렇다.

성경 본문은
마태복음 5장 14-16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그 정치적 출정식의 성경적 배경은 위 말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의 빛으로서의 기독교인. 성경적 가치와 기준을 빛 삼아 세상을 비추는 사명이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있다. 그 누가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 놓겠는가? 등불을 켜서 등경 위에 두라!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추라. 하여 우리의 기독교적 윤리를 진작하는 올곧은 행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해야만 한다. 우리 주님께서는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6:10)”라는 기도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이미 예수안에서, 이 땅에서 시작되었음을 선언하신 것이다. 우리 주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데 있어, 교회든 국가든 모두 다, 충직한 청지기의 사명을 감당할 것을 부탁하신 것이다.

나는 이어서 세속 정치에 기독교인들이 참여해야할 신학적 당위성을
발터 라우션부시(Walter Rauschenbush)와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신학적 입장을 들어 설명했다.

발터 라우션부시(Walter Rauschenbush)는 그의 저서 「사회 복음을 위한 신학」(Theology for the Social Gospel)에서, 믿는 자들이 온전한 신앙을 갖도록 하기 위해, 「사회 복음」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사회 복음」이란 개인주의적인 복음이 외면하고 있는, 「죄로 가득찬 사회 질서」, 그 집합적 죄(collective sin)를 회개하도록 촉구하는 복음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민족의 구원을 믿고 바라던, 옛 선지자들의 신앙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개인의 구원 없이는 사회의 구원이 있을 수 없다는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은 ‘절반의 진리’라고 지적한다. 그리스도인은 집단이 행한 악행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온전한 진리를 위해 사는 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회 복음의 신학은 죄란, 본질적으로 이기심이라고 정의한다. 하나님께만 범하는 죄는 희귀하다는 것이다. 죄란 죄인과 하나님 사이의 사사로운 거래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강토는 바로 그런 집합적인 죄에 함몰되어 있고, 우리 모두는 「죄로 가득한 사회 질서」, 그 집합적인 죄에 너무 무감각해져 있다. 이런 영적 관점에서 볼 때, 오늘 이 출정식은 하나님께서 우리 삼천리 반도에 스민 그 집합적인 죄를 자복하고, 통회하는 기회로 삼으라고 촉구하시는 경고요, 사랑의 격려라고 생각한다.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경청해 보자. 그는 자유주의적 환상, 정치적 낙관론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으나, 사회는 결코 그와 같은 개인적 차원의 도덕적일 수 없다고 말한다. 한 사회 집단은 매우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나 계급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부도덕도 감행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집단의 악을 견제하는 데는, 양심에 대한 호소나 설득 같은 것은 아무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양심과 국가적 요구는 그 초점이 다르므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니버는 기독교 2 천 년사에 그 누구도 해결치 못한 예수에 의해 계시된 윤리적 표준과 현실 사회에서 경험되는 죄와 흑암의 권세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갈등과 대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리스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 사회에서의 정의 구현을 위해 정치가 있어야 한다며, 정치 세력을 통한 정의를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니버가 주창하는 ‘크리스찬 리얼리즘(현실주의)’이다.

나는 이상과 같은 성경적, 신학적 근거를 들어 기독교 리더인 그분의 국회의원 출사표를 지지 격려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더 심화시킨 이전 영혼일기를 링크한다.

영혼일기 215: 출정식 2009.02.12(금)

http://noyes21.com/bbs/zboard.php?id=02&page=1&sn1=&divpage=1&sn=off&ss=on&sc=off&keyword=출정식&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1)

영혼일기 917: 도덕적 다수, 성결한 다수 2012.01.26(목)
http://noyes21.com/bbs/zboard.php?id=34&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001